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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원룸도 ‘깡통’ 신세
10곳중 2곳이 빈방
우후죽순 과잉공급 경쟁에
저가 공공기숙사까지 설상가상
투자금 회수는 상상도 못해

공실 원룸 공공기숙사로 활용
‘착한 자취방’제 대안 급부상




“깡통원룸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투자금은 고사하고 생계비 벌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한양대 맞은편 서울 행당동에서 17년간 하숙집을 운영했다는 주부 신희정(가명ㆍ48ㆍ여)씨는 요즘 눈만 뜨면 한숨 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유는 하숙집을 원룸으로 개조한 집 때문이다. 신 씨는 3년전 하숙집을 보러 온 대학 신입생이 ‘이런 데선 못산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본 뒤 원룸 개조를 결심했다고 했다.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3억5000만원으로 낡은 하숙집을 현대식 원룸으로 리모델링했다. 첫해엔 원룸을 찾는 학생이 몰렸고 호응도 높았다. 방 18개중 13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받았고, 나머지 5개는 평균 5000만원으로 전세를 놔 수입이 짭짤했다. 

대학가 하숙집들이 수억원을 들여 현대식 원룸으로 개조했지만 원룸 과잉 공급과 저가형 공공기숙사 급증으로 생계비는 물론 투자비 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깡통원룸’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듬해 주변에 원룸이 우후죽순럼 생겨나고, ‘반값 기숙사’ 열풍까지 불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값싼 원룸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 씨의 원룸은 그 뒤로 2년째 방 3개가 공실 상태다. 가스비만 한달에 100만원 넘게 나온다는 신 씨의 가계부는 그 때부터 적자 행진이다.

그는 “시설관리에 대출이자 갚는 것도 벅차다”며 울상을 지었다. 요즘 신씨 원룸처럼 투자비는 고사하고 사실상 생계유지가 어려운 깡통원룸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대학가엔 원룸이 총 8만3000실에 달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학가에 많게는 7억~8억원을 들여 원룸으로 바꾼 집이 급증했지만 이중 상당수는 세입자가 없어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깡통 원룸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헤럴드경제의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 말 현재 경희대ㆍ세종대ㆍ한양대 등 서울시내 7개 대학가 원룸촌에 비어있는 원룸은 1만3000개에 달했다. 공실률은 대략 20% 선이다. 대학가 원룸이 1만실이상 과잉 공급된데다 원룸의 편의시설이 학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누수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출신 대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학생전세자금대출을 이용, 대학가 주변 월룸 월세 대신 서울 외곽의 주택 전세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나 정부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저가형 공공기숙사 공급 정책도 깡통원룸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중 하나다.


현재 이들 기관의 저가형 공공기숙사는 총 12개에 달한다.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이 지원하는 수도권 대학 공공기숙사와 연합기숙사도 향후 2∼3년내 4431실이 추가로 들어선다. SH공사와 각 자치구의 희망하우징ㆍ해피하우스ㆍ에듀하우스 등을 합칠 경우 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이 때문에 대학가 원룸촌엔 대학이나 정부기관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무성하다. 지난해 말 서울 모 대학에서 열린 기숙사를 비롯한 교육시설 신ㆍ증축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장은 원룸촌 주민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성토장으로 돌변했다. 요즘 대학가 원룸촌 주민들은 각 대학 및 지자체ㆍ정부에서 추진중인 기숙사 정책과 상생할 수 있는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공실 상태인 원룸을 공공지원을 받아 월 20만원 수준의 기숙사로 제공하는 ‘착한 자취방’ 제도가 해법중 하나다. 서울시내 7개대학 원룸촌 주민협의체인 지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대학가 원룸과 공공기숙사가 윈-윈해야 한다”며 “우선 경희대와 착한자취방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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