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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ㆍ혹한ㆍ빙판…출근길 직장인은 ‘트랜스포머’ 스타일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품이 넉넉한 다운재킷에 배낭을 메고 두툼한 검은색 레깅스를 신었다. 그리고 발목을 덮는 하이톱 슈즈. 얼핏 아웃솔(밑창)을 보니, 그냥 운동화가 아니라 등산화다. 아웃도어 스타일이 유행이라더니, 영락없는 10대 청소년의 옷차림이다. 아니면 혹시 등산이라도 가려는 걸까. 연일 칼바람이 부는 요즘, 강남과 광화문 인근에서 아침 저녁으로 종종 보게 되는 모습이다.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이다. 지난여름 태풍 볼라벤으로 휴교령이 내려도 ‘돈 벌기를’ 멈출 수 없던 직장인들은 영화 ‘어벤저스’의 슈퍼히어로에 빗대어지곤 했다. 이제는 눈보라와 빙판길이다. 새해 첫날부터 몰아치던 한파는 며칠 새 수그러진 듯하지만, 예년보다 추운 날씨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2월까지 눈 소식도 몇 차례 더 있다. ‘어벤저스’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트랜스포머’는 될 수 있다. 슈트 위로 오버사이즈 다운점퍼를 입고, 방한부츠나 목이 긴 등산화를 신는다. 하이힐이나 구두, 태블릿PC, 랩톱, 서류가방, 그리고 핸드백까지 넉넉한 배낭에 담는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직전에 구두로 갈아신는 것도 잊지 말자. 



▶2030 직장인들 “등산복 차림 출근, 아저씨나 하는 줄 알았는데”=아웃도어 스타일을 산이 아닌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된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특히 경량 등산화나 빅팩은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한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론칭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등산 전용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표방한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는 레인부츠와 레인코트의 유행을 불러왔고, 올겨울엔 사상 최악의 한파로 아웃도어 의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등산용품 주 소비자층인 40~50대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층까지 기능성 의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것. 야외활동을 즐기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따뜻하고 안전한 출근복장의 필요성이 대두된 까닭이 더 크다. 특히 폭설 뒤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기온이 연일 이어지면서, 길은 발자국 모양까지 그대로 얼어붙은 형국. 발이 시렵기도 하지만, 빙판길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살얼음을 걷다 보니 등산화처럼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10여년 전부터 유행한 일명 ‘어그’, 양털부츠는 따뜻하긴 하지만 바닥이 미끄러워 위험하다. 게다가 외피는 스웨이드 소재라 눈에는 ‘쥐약’이다. 장마철 자주 보이는 레인부츠가 양털이나 니트 내피를 입고 겨울에도 눈에 띄지만, 보온성ㆍ접지력 모두 떨어진다. 패딩부츠도 인기다. 하지만 폭설에 방수는 될지언정 빙판길 안전을 보장해 주진 못한다.

한 패션 홍보대행사 대표는 “수년간 아웃도어 브랜드를 홍보하면서도 출근길에 등산화를 신을 생각까진 안 했다”며 “요즘엔 너무 춥기도 하고 길이 미끄러워서 도저히 다른 신발은 신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올겨울 한파를 예상하고 거위털과 오리털을 풍성하게 충전한 다운재킷을 어마어마하게 출시했다. 결과는 ‘대박’. 하지만 차마 신발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등산화가 가장 잘 팔리는 시기는 본래 봄과 가을이지만, 올겨울엔 눈꽃 구경이 아닌 출근용 등산화가 꽤 팔렸다. 업체들은 대비를 못해 아쉽기만 하다.

양문영 코오롱 FnC 차장은 “다운점퍼의 경우 전년보다 물량을 20~30% 늘렸지만, 현재 90% 이상의 판매율로 소위 ‘완판’ 행진”이라며 “물량 대비를 못한 패딩부츠나 등산화는 직원들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견고한 밑창, 보기만 해도 든든한 등산화…어떻게 고를까=등산 재킷은 소위 고어텍스와 비(非)고어텍스로 나뉜다. 고가 논란과 함께 최근에는 브랜드마다 자체 개발한 기능성 소재들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고어텍스의 위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등산화의 경우에는 아웃솔(밑창)이 생명인데, 이 중 고어텍스와 같은 지위를 가진게 이탈리아 비브람 사가 제조하는 비브람 창이다. 국내 브랜드 캠프라인에서 개발한 릿지엣지를 비롯해 코오롱의 뮤우플러스 창도 산악인들 사이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따라서 전체 등산화 시장은 결국 비브람 대 비(非)비브람의 싸움. 비브람 창이 암석이 많은 국내 지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산을 좀 탄다면’ 비브람창은 필수로 하고, 두 개의 등산화를 번갈아 신는 경우가 많다. 


출근길용 등산화는 보통 운동화처럼 보이는 경량 등산화나 구두 아래 밑창만 등산용을 적용한 신발들이 인기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눈길이나 빙판길 위에서도 터벅터벅 걸을 수 있는 고기능성 등산화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일상용 아웃도어’가 아니라 전문가용 아웃도어가 빛을 발하게 되었으니, 트렌드이면서 트렌드를 거스른 일종의 ‘아이러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화강암 접지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던 비브람 창 등산화가 눈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암석이 아닌 평지 눈길과 빙판길에서는 일반 적합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한 아웃도어 관계자는 “등산화는 기본적으로 방수 기능이 뛰어나고, 어느 아웃솔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접지력을 갖췄다”며 “무게는 얼마나 나가는지, 발목 위로 올라오는 디자인을 선호하는지를 잘 파악해 구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얼음판 위에서 한 사람은 썰매를 탄 자세를 취하고, 다른 한 사람이 양 손을 잡아당겨 보면 접지력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dm@heraldcorp.com [촬영=그루컴퍼니, 제품=피엘라벤ㆍ쿠거ㆍ코오롱ㆍ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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