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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방향 동시작업…생산성 20% 향상”
신도리코 아산공장 ‘무빙스퀘어’로 바꿨더니…
직원 아이디어로 생산라인 변경
대차 멈춘 상태 3~4개부품 조립
근무 만족도 높고 질환예방 효과


[아산=원호연 기자]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생산성이 향상된 것은 물론, 작업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도 줄었습니다.”

충남 아산시에 자리 잡은 신도리코 아산공장 복합기 조립 라인은 다른 제조 공장과는 상당히 다르다. 제조업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벨트 대신 쇼핑카트처럼 생긴 대차 위에 조립 중인 복사기가 일렬로 실려 있다. 생산량에 따라 75~90초 간격으로 ‘쉭~’ 소리를 내면서 실린더가 작동해 대차가 한 칸씩 이동한다. 그 시간 동안 근로자들은 자신이 맡은 부품을 조립한다.

‘무빙스퀘어(Moving Square)’로 불리는 이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2006년. 당시 신공장으로 라인을 이동해야 했던 신도리코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된 조립 라인을 이동하는 데에 드는 비용만 2억~3억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됐기 때문. 더군다나 신공장의 공간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보다 짧아 이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이 꾸려졌다. 현재 공장장인 김문환 본부장이 포함된 문제해결팀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무빙스퀘어다. 현재 라인을 과감히 청산하고 대차 방식을 도입했다. 

신도리코 아산공장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직원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에 주요한 역할을 한 무빙스퀘어 조립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대차 방식으로 라인 구성이 유연해지면서 조립 라인과 검수 라인을 나눠 U자형으로 배치해 신공장의 공간에 맞춰 설치할 수 있었다. 설계 및 설치에 들어간 총 비용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유지비용도 기존 라인의 10분의 1로 줄었다.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O자로 구성돼 바깥쪽에서만 조립이 가능했던 컨베이어 시스템과 달리 무빙스퀘어는 일자형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동시에 조립이 가능하다. 근로자가 2번에 걸쳐 움직여야 반대 면을 조립할 수 있었던 기존 라인에 비해 한 번에 회전이 가능해 대당 2~3초가량 불필요한 시간을 줄였다.

임승헌 생산관리과장은 “기존 라인에 비해 20% 정도 생산성이 높아졌다”며 “현재 시간당 40대 수준인 생산 속도를 부품 위치 변경과 공정 개선으로 42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근로자들의 반응도 좋다. 기존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에 맞춰 한 가지 작업을 단순 반복했지만 현재는 실린더가 정지한 시간 동안 서너 가지 부품을 여유 있게 조립할 수 있다. 좀 더 주도적인 자세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근무만족도도 높고 반복 작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여러 공정 개선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채용하고 있다. 에어돔을 설치, 먼지에 의한 광학계 부품 불량을 막거나 배관 형태를 개선하는 등 전반적인 공정 효율화를 통해 불량률을 5분의 1까지 줄였다.

아산공장은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가 설계해 한국건축대상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탈진 지형을 최대한 활용, 공간 배치와 생산 및 물류효율성을 높이고 근로 환경을 최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환경이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건축디자인에 투자한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의 소신 덕분이다.

최근 사업장 내 연수동에는 1964년과 1981년 각각 국내 최초로 복사기와 팩시밀리를 개발한 신도리코의 5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도 개관했다. 누적 150만대를 생산, 수출해 ‘A3 복합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디지웍스(DGwox) 시리즈도 전시됐다. 앞으로 지역 초ㆍ중ㆍ고등학생에게 현장학습 공간으로 제공, 공장을 지역 내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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