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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라면 50년> 라면의 역설, 라면 주가 오르면 경기불황?
[헤럴드경제=최재원 기자]1997년 대한민국이 사상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의 커다란 경제위기를 거치는 동안 국내 증시에서 라면 기업은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몸값을 높였다.

경기불황기에는 전반적인 소비여력 감소 속에서 라면이 많이 팔리고, 라면을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오른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라면주 주가가 오르면 경기는 불황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라면 기업 주가의 움직임에는 경제상황 외에도 정부 정책이나 원자재값 변동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이 적지 않다. 1980년 이후 지난 33년간 라면주 주가와 코스피지수 비교를 통해 라면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짚어봤다.


▶라면주, 위기 때마다 반짝=1980년대 중반까지 100 중반에 머물던 코스피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1989년 1000 가까이 상승했다.

지수 상승은 가전제품과 자동차, 중화학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이끌었다. 1980년 1월 4일 이후 1989년 5월 30일 사이 9년 5개월 동안 코스피는 100에서 938.2로 838% 상승했다. 반면 농심 주가는 2349원에서 1만3757원으로 486%, 삼양식품 주가는 5270원에서 2만2486원으로 3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라면주가 증시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이었다. 1997년 1년 새 코스피는 42% 급락했지만, 농심 주가는 오히려 16% 상승했다.

1999년과 2000년을 풍미했던 이른바 ‘IT 버블’이 꺼진 이후 라면은 제대로 몸값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업 성패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큰 경기 순환주보다는 라면과 같은 내수에 기반한 경기비순환주가 증시에서 저평가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코스피와 라면기업 주가 사이의 ‘역(逆)의 관계’는 보다 뚜렷해졌다.

2008년 1년 동안 코스피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41%나 하락했지만, 농심 주가는 26%나 상승했다. 시장 대비 77%나 더 오른 셈이다.

반대로 2009년 이후 2011년 상반기까지 코스피가 크게 반등하는 사이 농심 주가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 글로벌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로 이른바 ‘차ㆍ화ㆍ정’으로 불리는 자동차, 화학, 정유 등 경기민감주가 크게 오른 반면,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라면기업의 주가는 소외됐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경기개선 국면에서는 라면 등 경기방어주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라면주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서 상승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률 2%대, 라면주 더 뜬다?=국내외 경제기관의 올해 한국의 예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 안팎이다. 적지 않은 기관에서는 2%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전망한다. 다만 경기부진이 라면 수요 측면에서는 오히려 증가 요인이 될 수 있고, 라면주의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당수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부진하게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요인의 변화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라면 소비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라면이 설탕ㆍ밀가루 등과 함께 ‘MB물가지수’ 관리 종목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원재료값 상승 대비 판매 가격을 많이 올리지 못한 것도 향후 라면주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 연구원은 “라면값에서 원재료비 비중이 상당히 크지만, 현 정부에서 물가관리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재료비를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농심 등 라면기업이 가격 메리트까지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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