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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통사 영업정지 하루전까지 분탕질
“저희 쪽으로 갈아타시면 60만원까지 할인해드릴게요. 주말 지나면 기회 없어요.”

지난 4일 ‘번호이동 마지막 찬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힌 서울의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매장 직원은 일부러 꺼내놓은 기자의 구형 스마트폰을 연방 훔쳐봤다. 보조금은 27만원으로 아는데 정말이냐고 묻자 “새해맞이 고객 감사 차원”이라며 “할부원금은 27만원만 낮추고 나머지는 현금 입금해주겠다”고 웃었다.

7일 이동통신 3사는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SK텔레콤, KT 순서로 66일간 영업 정지에 돌입했다. 기기변경, 임대폰, 초고속인터넷ㆍIPTV 등 유선 서비스 가입과 사후서비스(AS), 알뜰폰(MVNO) 등 업무는 정상 운영되지만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처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지난 주말 대리점들은 막판 모객에 사활을 걸었다. 100만원에 가까운 ‘갤럭시S 3’ ‘옵티머스G’ 등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웃도는 50만~60만원대 할인된 상태로 소개됐다. 이 중 상당수는 36개월 약정이 걸린 상품이었지만 자세한 설명은 꺼렸고 ‘체리 피커’까지 가세해 대리점은 평소의 배 이상 고객들로 북적였다.

이통 3사는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S3를 17만원에 판매하는 등 극심한 보조금 경쟁을 펼쳤고, 이용자 간 차별을 일으킨 ‘죄’를 물어 방통위로부터 각사별로 전례가 없는 20~24일간의 영업 정지 및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통사들은 자숙하겠다고 밝혔지만 유통 현장의 분탕질은 여전했다.

벌써부터 영업 정지가 모두 끝나는 오는 3월 13일 이후의 시장 상황이 우려된다. 예컨대 영업 정지 기간에 비축한 영업자금을 대거 푸는 사업자가 나올 수 있고, 영업 정지 기간에도 수성(守城) 차원에서 기기변경 가입자에 대한 불법 보조금 확대도 예상된다.

이통사들은 경제적 손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이통사 선택에 제한을 받을 소비자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는 온풍기 끄고 무릎담요 덮는 식의 불편함과 그보다 큰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사 돌고 도는 이치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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