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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과학적 진실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미술작품만큼 잘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틀과 잣대만 달라져도 그림은 숨겨놓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소영 씨가 쓴 ‘실험실의 명화’(모요사)는 그림을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찾아낸 숨은 그림 속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가 당시 인기있던 천문학 서적을 탐독했다는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소용돌이치는 별무리와 은하수의 표현은 19세기 인기 천문학자이자 초기 SF 소설 작가인 카미유 플라마리옹의 책에서 영향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소용돌이 패턴은 고흐가 살았던 시대에 유명했던 천문학자 로스 백작 3세의 드로잉과 비슷하다는 것. 즉, 고흐의 그림은 그의 광기가 아니라 독서와 지적 탐색이 낳은 결과란 얘기다. 여기서 나아가 미국 텍사스 주립대 천문학과 교수인 도널드 올슨 박사는 고흐가 실제 하늘을 관측해서 그렸으리라고 추정하며 고흐가 그린 장소와 시간을 찾아내기도 했다.

베르메르가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 사진과 같은 풍경을 그려낸 것은 유명하다. 말하자면 그의 그림은 전통적인 도제 수업을 거친 장인적 손길이 아닌 과학이 이뤄낸 성과인 셈이다. 사진과 같은 구도와 특징 외에도 화가 수업기간이 짧았다는 사실, 갑자기 원근법의 달인이 된 점, 밑그림 없이 곧장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그 근거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왼쪽 얼굴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이유는 그가 은연 중에 뇌과학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거나, 아무렇게나 흩뿌린 듯한 잭슨 폴록의 그림은 사실상 정교한 프랙털의 원리가 숨어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금세공사의 아들 클림트의 화려한 금박작업의 매혹스러운 초상화,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에 숨겨진 해부학 등 과학자가 찾아낸 그림의 비밀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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