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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고(高), 엔저(低)에 자동차ㆍITㆍ철강 업계 새해 벽두부터 비상
[헤럴드경제=류정일ㆍ홍승완ㆍ김상수ㆍ김현경 기자] 올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을 공통 키워드로 뽑아든 산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원화강세ㆍ엔화약세’라는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자동차, 가전, IT, 철강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중인 대표적 수출품목들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일본 기업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중되며 어렵게 잡은 승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데 반해 엔/달러 환율은 29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벌써부터 ‘원고(高)ㆍ엔저(低)’ 기조가 하반기로 갈수록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지난 2일 올해 현대차그룹의 판매 증가율이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741만대 판매 계획을 밝혔지만 마켓워치는 4.1% 증가율이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이 현대차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수년간 현대차가 선전했지만 최근 뚜렷해진 엔저로 일본 차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최근 환율 움직임에 따른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결제통화로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 등 기타 통화로 다변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원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 시장에서 일본 차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점에서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자동차 수출이 1.2% 감소한다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분석도 부담스럽다. 주우정 기아차 재무관리실장은 “원가구조 지속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제값받기를 강화해 환율 변동에 적절히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ㆍ가전업계 역시 최근 원화강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 미주 시장 등에서의 가격경쟁력 하락과 이익규모의 변화를 신경쓰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환율추세가 D램 가격 상승과 함께 수년만에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심하고 있다.

다만 엔화약세에 따른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판단이다.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고가의 대형 TV 등 분야에서 일본업체들의 제품 경쟁력 자체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당장 일본 제품으로 인한 위협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엔화의 흐름에 따라 전자나 IT 업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구조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어 이제는 과거에 비해 엔화에 대한 민감도는 다른업종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속 철강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다만 100%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과 원료 구조가 우리와 같다는 측면에서 엔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엔화가 약세면 일본의 수출 가격은 유리해지지만 원료 확보 측면에서는 불리해지기 때문에 가격을 변동해서 무기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공급과잉 상황에서 시장 확보를 위해 품질 및 서비스 경쟁력을 최고화하며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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