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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바닥 안 스마트폰 ‘사랑의 징검다리’가 되다
방통위, 스마트폰 수필 공모전
부녀간 화해 등 감동사연 잇따라


“세상이 스마트해지는 사이 친구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습니다. 손바닥 안의 세상에 눈을 빼앗기다니 생각마저 빼앗겨 버린 것은 아닐까요.”

한 커피 광고에 나오는 카피의 일부다. 어느덧 스마트폰 3000만대 시대. 국민 대다수가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에 빠져들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마저 잊고 말았다는 것은 비단 커피 회사만의 걱정만은 아니다. 음식점서 마주 앉은 남녀, 거실 소파 위의 가족, 박물관 관람객들까지 각자의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진에 대해 누리꾼들은 ‘스마트폰이 선사한 단절’이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진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해 원격 차단 프로그램을 깔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둘러싼 각종 신종 범죄들도 생겨나고 있다.

편리함의 대명사인 스마트폰 세상에는 정말 이토록 메마르고 어두운 정서만 있을까. 연말을 맞아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스마트폰 감동 스토리 수필공모전’을 통해 드러난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이웃 중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는 등 훈훈한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았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서해나 씨(최우수상)에게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고등학교 3년간 아버지와 저녁을 먹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그러다 아버지가 스마트폰을 장만한 뒤 부녀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어느날 아버지가 서 씨를 모바일 메신저에 초대해 지리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며 다음에 함께 오자고 했다.

서 씨는 이 낯선 경험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토록 피했던 아버지와 메신저를 통해 조금씩 대화하기 시작했다. 감동적인 글귀나 인터넷 유머를 주고 받고 최근엔 부녀 간 ‘하트’까지 오가며 게임 삼매경에도 빠졌다. 이제 스마트폰 사용 2년 만에 서 씨는 비로소 마음 속 숨겨놨던 진심을 전달한다. 아빠, 사랑합니다!

신정모 씨(우수상)는 스마트폰을 ‘사랑의 노둣돌’이라고 표현했다. 70대 노부부가 손자, 소녀의 마음을 얻는 데 스마트폰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 대신 손자, 손녀를 돌보면서 친해지고 싶었지만 처음엔 다가가면 멀어지기 일쑤였다. 신 씨가 정성스레 단풍잎을 모아 보여줘도 소용 없었다. 그러다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프로그램을 틀어주자 대번에 관심을 보였다. 이후 신 씨 내외는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받아 보여줬다. 이 때부터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으며 깨알 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 손자는 뻑하면 “하지(할아버지), 곤룡(공룡)보아”하며 애교를 부린다. 이 애교에 신 씨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순간을 맞고 있다.

이와 달리 익명의 관계에서 시작해 소울메이트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한줄기 씨(장려상)는 랜덤채팅이란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해 18세 소녀를 처음 만났다. 이 앱은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소녀가 처음 건넨 말은 “죽고 싶어”

부모는 수영 선수를 강요하지만 정작 본인의 꿈은 타투이스트(타투 새겨주는 사람)여서 진로 갈등이 심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의 폭력으로 소녀는 온갖 비행을 저지르며 반항을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만난 이가 한 씨였다. 소녀는 유일한 대화상대였던 한 씨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 둘은 서로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점점 소녀는 평범한 18세로 돌아가 있었다. 죽고 싶다던 소녀의 현재 상태 메시지는 ‘아마도 안녕…’에서 현재 ‘흐린 뒤 맑음’으로 바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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