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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인중개사의 ‘눈물’
“하루종일 그냥 앉아 있다 퇴근해요”

“3개월 동안 수입이 겨우 몇십만원”





“올들어 하루종일 그냥 앉아 있다 퇴근합니다. 매달 100만원씩 적자라서 투잡을 하지 않으면 못살아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7년째 A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중인 박명원(가명ㆍ54) 대표는 요즘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극심한 부동산 불황으로 3개월동안 벌어들인 수입이 고작 몇십 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 사무실은 영하 10도를 웃도는 매서운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전기난로가 난방장치의 전부다. 월평균 150만원씩 나가는 사무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그는 부족한 사무실 운영비를 메우기 위해 건강식품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살려 간간히 ‘투잡’까지 뛰고 있다. 월평균 3건 이상 매매실적으로 기록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6~7년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박 대표는 얼마전 부터 폐업을 고민중이다. 그는 “오전 10시께 출근해 하루종일 앉아있다 들어가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내년엔 막내아이가 취업을 해서 월 150만원씩 나가던 자식들 학원비와 용돈 부담을 덜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 대표처럼 연말을 힘들게 나는 공인중개사들이 늘고 있다. 박 대표처럼 고덕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공인중개사사무실이 부지기수다. 지난 7월과 12월 인근 주공2단지아파트의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연이어 유찰되면서 3개월째 아파트 매매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덕ㆍ상일동 일대에서 문을 닫으려는 공인중개사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90여곳 가운데 20여곳이 이미 1~2년새 문을 닫은 실정이다. 아파트 매기가 사라지면서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공인중개사들도 나오고 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을 운영하는 김영진(가명) 대표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단골고객 관리차원에서 부동산중개업뿐 아니라 상가건물이나 오피스텔 등을 위탁관리해주는 부동산 임대관리업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고덕동뿐 아니라 서울지역 공인중개사사무실은 요즘 같은 불황이라면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는 부동산 비수기인 겨울철인 탓도 있지만 매매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써브의 조사 결과 2008년 1분기부터 올 3분기 사이 수도권에서 영업중인 부동산중개업자는 5만1642명으로 1년새 6.8% 줄었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리서치 팀장은 “수도권 부동산중개업자의 수는 2008년 최대 5만7000여 명을 기록한 이래 계속 줄고 있으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기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개별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하는 공인중개사는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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