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힐링 동의보감 - 임형택 자하연 한의원 원장> 환청고통 30대 여성…기나긴 ‘회복의 기억’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어느새 정신과 진료를 한 지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거기에 1년이란 시간이 보태집니다. 많은 분과 소통하며 올해도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한 환자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금융권에서 텔레마케팅을 하시는 30대 초반의 여성분입니다.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시달리고 심한 불면증상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환청은 특히 초기에 정신분열, 조울증, 심한 불면증과 세심한 감별이 요구됩니다. 급성기에는 환자의 사고가 부정확하고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어 숙련된 의사라도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환자는 눈동자도 풀려있었고 과로와 스트레스도 심해 입원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이 환자는 입원을 염두에 두고 내원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입원을 권유하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고 그만큼 제 책임은 덜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환자가 받는 고통은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는 회사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했습니다. 또 스마트폰 채팅으로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통화를 하다 험한 말이 오간 나쁜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가 증폭됐고 그 결과 남자목소리 환청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업무시간은 물론 자려고 눕는 순간까지 남자 목소리 때문에 고통을 겪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분은 현재 병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습니다. 일상생활도 무난하게 수행하고 계십니다. 우선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고 가슴의 답답함을 풀어 불면에 도움이 되도록 약을 처방했습니다. 태음인 성향이라 병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저지하려고 갈근, 황연 등도 처방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내원해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잠을 잘 수 있게 됐습니다. 잠을 자게 되면 자는 동안 충전과 회복이 이뤄져 환청 증상은 거의 치료가 됐습니다. 환자의 눈빛도 어느 정도 회복됐습니다.

그러나 강박증상은 남아 있어 현실생활로 온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습니다. 후박, 소엽과 같이 마음을 가볍게 해 생각을 조절할 수 있는 약초를 통해 강박증을 치료했습니다. 이러한 처방을 유지하면서 기력을 향상시키고 일상의 컨디션을 상승시키는 약초들을 가감해 스스로 스트레스로부터 방어하고 일상의 의욕을 높이기 위한 진피, 등심 등을 처방했습니다.

비단 이 환자뿐 아니라 진료를 하다보면 의사도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증상을 접하거나 병세가 급하게 나빠질 때, 환청 같은 사고에 장애가 일어났을 때처럼 말입니다. 이 환자는 다행히 치료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면서 예후가 좋았습니다. 매우 힘든 환자였던 만큼 만족감도 높았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환자와 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의사로서 더 큰 만족과 보상은 없습니다. 그분을 떠올리며 저는 오늘도 ‘늘 이만큼만 치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