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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사람이 바뀌면 비참해지는 권력 측근들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ㆍ열흘 붉은 꽃은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ㆍ10년 가는 권력 없다)이라는 말이 있다. 권력이 바뀌는 대선의 시기가 오면 이 말이 유달리 가슴에 와 닿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통령의 측근 및 친ㆍ인척등 권력을 등에 업고 활개치던 사람들이다. 박정희 정권 이래 수많은 권력자들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수식어와 함께 치부를 한 탓에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단죄를 받아 비참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5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고 있다.

▶몰락한 MB정부 실세들 = 대선과 총선이 함께 실시된 2012년은 MB정부의 실세들이 줄줄히 법정에 섰다. 이들은 모두 권력을 누리며 받은 금품에 대한 처벌을 받고 있다.

세간을 뒤흔든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은 대통령의 측근 실세들을 낙마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구속됐다. ‘만사형통, 실질 권력 서열 1위’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던 그는 이번 정부들어 나는 새마저 떨어뜨릴 것 같은 위용을 자랑했지만 저축은행에서 6억여원을 받은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법정에 들어가던 그는 피해자들에 멱살잡히고 계란 세례를 받는 봉변마저 당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냈던 정두언 의원 역시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간신히 체포만 모면했다. 돈 몇푼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올 초 정가를 뒤흔든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역시 정권 실세들의 발목을 잡았다. 하이마트 관련 수사에서 발견된 수첩 한장에서 시작된 파이시티 비리는 현 정권의 ‘3인자’이면서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까지 번졌다. 이들은 법정에서 각각 징역 2년6월,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중이다.

6인회의 일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안국포럼 출신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박 전 의장과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수석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발생한 선관위 홈피 디도스(DDoSㆍ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기밀을 누출한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건설 현장 식당 운영권을 둘러싼 ‘함바 비리’에 연루된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도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청탁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대통령의 50년 지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워크아웃 댓가 등으로 46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2억 원을 선고받았으며,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에 처해지는 등 정치권과 직접 관련 없는 권력 측근들도 화무십일홍의 세태를 실감하고 있다.

▶ 권력이 바뀔 때면 언제나 드러나는 측근비리, ‘권불오년’ 실감 = 이 같은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는 권력이 바뀌는 5년을 주기로 어김없이 나타나면서 ‘권불오년’이라는 말을 낳았다.

기억에 남는 권력형 비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0ㆍ26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암살되고 80년 신군부가 등장한 뒤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몰려 정계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재산과 관련해 “떡(정치자금)을 만지다보면 떡고물(부스러기 돈)이 묻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뇌물=떡값’이라는 공식을 처음 만들었다.

전 정권의 부정축재자들을 공격했던 전두환 정권 역시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 마자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며 법의 처벌을 받았다.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1988년 3월 새마을본부 공금 7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사법처리 됐고, 형 기환씨 역시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 등으로 역시 구속됐다. 사촌형 순환씨는 골프장 허가를 미끼로 수뢰한 혐의로, 정미소를 운영하던 사촌동생 우환씨는 양곡가공협회장이 된 뒤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문민정부 때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의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장관이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그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이다.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본인들도 1997년 법정에서 사형 및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전 전대통령은 2205억 원, 노 전 대통령은 2628억 96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추징금으로 선고 받았다.

군사정권이 끝나서도 친인척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이라고 까지 불리며 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97년 5월 아버지의 재임기간 중 조세포탈 혐의로 수감됐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도 각각 게이트에 연루되며 재임 당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 역시 대우건설 사장 연임로비, 세종증권 매각 로비 개입 등에 연루되면서 사법처리를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는 외화 밀반출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됐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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