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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 9명의 사람이 앉아 있다. 이들에게 청색 슬라이드를 여러 장 보여준 뒤, 슬라이드가 어떤 색이었느냐고 물었다. 색맹이 아닌 다음에야 모두 청색 슬라이드라고 대답하는 게 당연하다. 다음에는 이들 외에 실험보조자 2명을 참가시켰다. 이들의 역할은 녹색 슬라이드를 보았다고 논리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의 대답은 어땠을까. 애초 청색이라고 답했던 참가자의 3분의 1이 녹색을 봤다고 입장을 바꿨다.

프랑스 심리학자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동조 실험이다. 명백한 사실 앞에서 멀쩡한 상식을 가진 이들이 어찌 된 일일까.

동조에 관한 어이없는 실험이 또 하나 있다. 기준카드에 길이 5㎝인 직선을 그려넣는다. 비교카드에는 3㎝, 5㎝, 3.5㎝ 길이의 직선 3개를 그려넣고 기준카드의 길이와 같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다. 서너살 아이도 어렵지 않게 맞힐 문제다. 여기에 7명의 가짜 참가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답을 말하기 전에 틀린 답을 제시한다. 그 결과,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76.4%의 응답자들이 틀린 답을 선택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무려 7번이나 잘못된 답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자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며 타인에 동조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선택이 개인의 자유의지의 결과만은 아니며 다수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골라잡을 수 없는 선택도 있다. 영국의 마차대여업자인 토머스 홉슨은 케임브리지 근처에서 말을 빌려주는 사업을 했는데, 그는 손님들이 좋은 말만 선호하는 바람에 원칙을 정했다. 모든 말은 순서대로 타야 한다는 룰이다. 손님에게 주어진 선택은 주어진 말을 타느냐, 안 타느냐뿐이다. 일명 홉슨의 선택(Hobson‘s choice)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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