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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브랜드-심사평)착한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자기희생을 한다/임영균 광운대 경영대 교수
미국ㆍ유럽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5년이 지나도록 끝이 보이질 않는다. 암울한 시기에 종합순위 5위로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을 올린 2012 런던올림픽은 그나마 우리에게 작은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고 잊혀져 가고 있다.

2012년 하반기 ‘고객만족 베스트 브랜드’는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브랜드와 향후 동종업계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선정됐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고객만족과 고객가치를 최우선의 경영목표로 삼고 있는가와 혁신경영, 윤리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를 특히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들 브랜드는 런던의 어두운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불꽃처럼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우리 경제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

피트 타운센드는 런던올림픽 폐막식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든 전설적 록그룹 ‘더 후’ (The Who)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 작곡가다. 올해 만 67세인 그는 지난해 영국의 BBC방송(BBC 6 Music)이 주최한 한 강연에서 애플을 ‘디지털 흡혈귀’ (digital vampire)로 비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이튠즈를 통해 합법적 음원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기업 애플이 유망한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에 매우 인색한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타운센드는 애플의 이러한 행태가 과거 창의적인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재정, 마케팅 등 다방면의 지원을 제공하던 음반업계의 전통과 크게 어긋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전세계 소비자와 비즈니스 전문가가 꼽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자 존경받는 기업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삼성과 사활을 걸고 거액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이기에 우리 국민의 관심도 매우 크다.

애플이 아이튠즈와 아이폰, 아이패드를 개발해 음반산업과 통신산업은 물론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일대 혁명을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전세계 소비자가 놀라운 혁신을 체험하고 이에 열광하며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받았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운센드의 비판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애플을 통해 음원을 값싸게 제공받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 기업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투자여력이 있고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을 가진 기업은 표적시장을 보다 정교하게 설정하고 소비자와 의사소통을 강화하며 브랜드가치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생산비용과 마케팅비용을 줄이며 저가시장을 타깃으로 노린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저급한 제품과 거짓 정보로 소비자를 기망하고, 구매력을 무기로 가격짜내기와 웃돈 요구로 거래처를 위협한다. 이러한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기여할 지는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고통스럽고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행위가 고객만족 혹은 고객가치의 제고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더 후’가 부른 불후의 명곡 ‘시미 필미’ (See me, Feel me)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시미 필미’의 가사에는 자신이 추종하고자 하는 ‘당신’에 대해 네 가지 행위, 즉 자신을 보고(See me), 느끼고(Feel me), 만지고(Touch me), 치유할(Heal me) 것을 요구한다.

첫째, 기업은 고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See). 마케팅조사 기능을 더욱 강화해 고객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며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시장세분화-표적시장결정-포지셔닝’으로 이어지는 핵심 마케팅 전략의 기반이 된다.

둘째, 고객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Feel). 고객이 지닌 문제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마케팅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감성마케팅과 다른 차원의 노력으로, 고객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열정을 다해 고객을 섬기고자 하는 심리적 몰입을 요구한다.

셋째, 고객과 접촉해야 한다 (Touch). 고객을 보고 느끼는 것에 비해 고객을 접촉한다는 것은 실제 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고객과의 접촉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쌍방향 의사소통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고객이 지닌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고객이 지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Heal). 고객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목표가 돼야 한다. 처방이 없는 진단은 무의미한 것이다. 구매력 감소로 어려운 소비자에게 동등한 품질과 낮은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 소비를 촉진하는 교육도 의미있다고할 것이다.

타운센드는 창의적인 아티스트의 경우 ‘창의의 딜레마’ (creative dilemma), 즉 자신의 노래가 묻혀지는 것보다는 설령 정당한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들려지기를 원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애플이나 음악공유프로그램이 이들 딜레마에 빠진 ‘가난한’ 아티스트를 착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모든 경제주체가 기회주의의 유혹을 받기 쉽다. 기업이 유념해야 것은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두되, 이를 위해 자신은 희생하더라도 남을 희생시키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강요된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 가치창출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아니며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것이기에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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