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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은 상상가…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도 그가 해낸 일”
이용우가 말하는 ‘내 기억 속의 작가’
올해로 탄생 80주년을 맞는 백남준(1932~2006) 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이 반복됐다. 나도 두 권의 책을 썼지만 이영철, 김홍희 씨 등의 저술도 괄목할 만하다. 백남준에 대한 아마추어리즘도 너무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백남준은 엄청난 인물이다. 전형적인 상상가이며, 구체성에 대한 깊이도 대단하다. 그의 작품은 현란하고 추상적인 것 같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다. 백남준은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갈 인물이 아니다. 내가 1992년 대전엑스포에서 아트프로젝트를 할 당시의 일이다.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이자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 운동의 창시자인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를 연사로 초청하자 백 선생은 갑자기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30%가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중국 등 6개국이 이미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장소인 자르디니(공원)에 자국관 건립을 신청해놓고 있었기에 한국관이 낙점될 공산은 전무했다.

그러나 나와 백 선생은 보니토 올리바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또 백 선생이 다리를 놓아준 인간관계를 활용해 나는 베니스를 수없이 들락거리며 관계자들을 만났다. 중간에 건축가 김석철 선생이 적극 가담했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한국관 건립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만들어진 것은 백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이 후원하고, 문화부가 나선 것은 사실 나중의 일이다.

이 밖에도 백 선생은 광주비엔날레 탄생, 휘트니비엔날레 서울 유치 등 귀한 씨앗을 수없이 뿌렸다. 한국 문화예술계는 백남준에게 진 빚이 정말 많다. 

글=이용우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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