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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기훈> 경찰권 확대만큼 인권도 중요하다
김기훈 사회부
최근 경찰은 위급 상황 때 경찰이 가택에 강제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 일선에 배포해 주목된다. 이 지침은 지난 4월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인 ‘오원춘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경찰의 현장 법 집행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경찰은 경찰관직무직행법(이하 경직법) 개정을 통해 긴급출입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영장주의에 위배한다”는 법무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자 형사소송법 등을 적극 재해석해 이 같은 지침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죄에 대한 사후처리보다 적극적 사전개입과 예방을 강조하는 쪽으로 경직법 개정에 나선 상태다. 오원춘 사건 등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권 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지침과 관련한 경찰청의 연구용역 결과는 경찰의 현장 법 집행력 강화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성홍재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이 수사와 체포 외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위해 방지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처한 위험이 높을 경우 영장은 경찰이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어야 하며 위급 상황엔 영장주의의 예외도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입법 개정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 측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인권 전문가들은 위해 상황에 대한 판단 자체가 자의적이고 현장 판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또 이는 일종의 영장주의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 검찰 혹은 법무부와의 갈등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위해 방지를 위한 폭넓은 경찰권의 발동과 인권 침해, 영장주의 침해 우려는 일종의 딜레마다. 갈수록 흉악해지는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경찰권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를 이유로 인권 문제가 차선으로 밀려나선 안 된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선 경찰력의 전문성, 공공성 제고 못지않게 경찰의 높은 인권 감수성이 필요해 보인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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