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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입고 세계일주 전명진 사진작가 “거침없이 떠나서 스펙 말고 꿈 쌓으세요”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인생 뭐 있냐’라고 내뱉고 일단 떠나는거죠. 하지만 돌아올땐 ‘세계 여행, 그것도 별 것 없어’ 라는 말은 못하실걸요. 비행기 안 작은 창을 통해 365일만에 우리 바다와 섬들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인천공항에 발을 디뎠을 땐, 이미 울고 있었죠. ‘스펙’ 아닌 꿈이 쌓이는 순간입니다.”

전명진(30ㆍ사진) 사진 작가는 대학시절, 친구들이 토익점수를 올리고, 자기소개서에 한줄을 더 적기 위해 어학연수와 인턴십, 공모전 에 몰두할 때,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고 안나푸르나에 오르는 꿈을 꿨다. 실업난에도 취업걱정 없다는 기계공학과 동기들이 하나 둘 대기업에 입사할 때, ‘무모하다’, ‘팔자 좋다’는 비아냥을 들으며 배낭을 짊어졌다. ‘객지생활’ 1년을 위한 짐이 지나온 28년의 세월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꿈이 실현됐지만, “이제 시작이다”는 기분으로 내딛은 발걸음이니, 마냥 즐거울 수 만은 없었다. ‘도피’로 비춰질까봐 도화지 같던 여행길에 ‘한복 사진 프로젝트’라는 그림을 그려넣기로 했다. 


“친구들이 ‘안정된 사회인’으로서의 풍모를 갖춰나갈때, 저는 한복을 입고 안나푸르나에 오르고,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앞에 서 있었죠. 칠레 이스터 섬 모아이 석상과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사막을 배경으로 한복의 고운 자태를 뽐내고요. 좋은 학점 받아 좋은 직장 취직하는 것도 값지지만, 그런 삶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었어요. 1년을 투자해 꿈도 찾았죠.”

비용 마련을 위해 학군 시절 월급을 꼬박꼬박 모았고, 매일밤 대기업, 한복 디자이너, 방송국 등에 편지를 쓰며 협찬과 후원을 이끌어냈다. 매몰찬 거절이 계속 이어지고, 때론 “공부나 하라”며 훈계를 듣기도 했다. 2년동안 여행을 준비하며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기어코 그는 꽃분홍색 비단 바지를 입고 발걸음을 뗐다. 여행 중 뉴욕 타임스퀘어 한가운데서 찍은 사진은 삼성전자의 ‘세계속의 코리아’ 사진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를 돌면서 사진 작가로서의 길에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돌아와서 국내 최고의 사진 작가인 김중만 선생님을 찾아가 무작정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어요. 여행 준비 때도 그랬지만 ‘두드리기’는 제 전문이거든요.”

당시 김중만 작가는 사진가들의 성지와도 같은 장소에서 촌스러운 한복을 입고 펄쩍 뛰는 사진을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한다. ‘(아직은) 형편없는’ 사진 속에 빛나는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 작가는 현재 김중만 작가의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에서 일하며, KBS ‘1박2일’팀과 함께 전국을 누비고 있다. 365일동안 세계 50개국을 돌아다닌 그이지만, 지금은 우리 땅과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세계일주 동안 찍은 사진과 글을 모아 ‘꿈의 스펙트럼(컬처그라퍼)’ 이라는 ‘여행 선동서적’도 냈다.

“국내든 해외든 거침없이 떠나보세요. 오롯이 자신만 생각할 수 있는 긴 여행을요. 사실, 스펙(Specificationㆍ자동차나 기계의 사양)은 사람한테 쓰는 단어가 아니잖아요. 떠나보면 알아요. 스펙 말고 꿈이 쌓이는 그 충만한 기쁨을.”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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