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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아웃> ‘전력 줄타기’ 언제까지…
1월·2월·6월·7월·8월·12월 1년의 절반이 아슬아슬…절약만으론 한계 산업용 냉·난방 전력 차별화 해야
1, 2, 6, 7, 8, 12. 올해 1년 가운데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내려가 전력경보 ‘관심’이 발효된 달이다.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ㆍ한국전력공사 등 전력당국이 예비력 400만㎾를 비상상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1년의 절반인 6개월을 전력 비상상황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13일 현재 운전 가능한 국내 모든 발전소를 총동원하면 7791만5000㎾의 전기가 생성된다.

현재 멈춰선 원전 5기 등 현존하는 모든 발전소를 총가동했을 때 나오는 설비용량은 8180만㎾다. 아직 본격적인 동절기로 들어가지 않았건만 7400만㎾대의 전기가 사용되는 추세다. 단순계산으로도 아슬아슬하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

▶아슬아슬 전력 줄타기…내년 겨울까지는 계속=지식경제부는 12월 셋째주 전력 예비력이 171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겨울 최대 고비로 예상되는 1월 셋째~넷째 주에는 전력수요가 7913만㎾까지 치솟아 예비력이 127만㎾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영광 원전 5·6호기(각 100만㎾)가 품질검증서 위조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200만㎾의 공백이 생겼고, 100만㎾급 영광 3호기마저 원자로 상단 제어봉 안내관에 균열이 생긴 것이 발견돼 정비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영광 3호기가 정비를 마치고 조기 가동에 들어가면 이 기간 예비력은 227만∼271만㎾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소비를 최대 320만㎾ 줄이면 이번 겨울에 예비력을 정상수준인 400만㎾ 이상 유지할 것으로 지경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대다. 예상을 벗어난 강력한 한파가 지속되거나 잘 돌아가던 원전이 1~2기라도 고장나서 멈춰서면 당장 블랙아웃(대정전)으로 돌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겨울을 넘겨도 내년 여름에는 비슷한 난리통을 다시 한 번 치러야 한다. 하지만 2013년 말까지 신월성 2호기(100만㎾), 신고리 3호기(140만㎾), 율촌복합 2호기(57만㎾) 등 총 700만㎾의 전력이 신규 공급되기 때문에 2014년부터는 전력수급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언제까지 전력난 걱정을 해야 하느냐는 지적에 “우리나라 전력수요가 최근 10년 동안 약 70%나 급증했다”면서 “이는 OECD 국가보다 3배 이상 빨리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전력난에도 매번 ‘전력을 너무 과하게 쓰고 있다. 어쨌든 소비를 줄여라’라는 답밖에는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대국민 절전 동참보다는 정책적 결단이 먼저=정부의 대국민 절전 캠페인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사실 싸늘하다.

주부 박희정(41) 씨는 “TV에서 전력상황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부족하다, 위험하다 강조하지만 정작 대책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는 것 같다”며 “사실 가정에서는 평소에 하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해야 될지 모르겠으니까 막막하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아끼자며 절전을 강조하는 것이 잘못된 캠페인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줄일 수 있는 전력 소비량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가정용이 차지한 비중은 13.5%에 불과하다. 산업용은 53.2%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나 산업용 전기료가 다른 일반 전기료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은 겨울ㆍ여름철 냉난방마저도 훨씬 싼값에 하는 상황이다. 지경부가 올 겨울 하루에 난방전력으로 나가는 전력량이 약 1800만㎾에 달한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체 등 공장으로 빠지는 전력 가운데 냉난방전력만이라도 산업용 요금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한전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최근 1년여 동안 3번이나 전기료를 인상시켰다. 한전의 재무건전성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기업의 전력 사용 억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해석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원가 인상을 메우기 위해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오히려 안이한 절전정책으로 나중에 블랙아웃이 가시화할 경우 중소ㆍ중견기업의 상황이 더 끔찍하다.

지난해 전력난으로 큰 피해를 본 여수산업단지 입주기업은 절전을 위해 지난 여름에 이어 올 겨울에도 공동대응에 나섰다. 최근 여수산단 입주기업은 연간 5%의 전기를 아끼기 위해 불요불급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절약운동 확산 노력 등을 벌이기로 하는 등 자율적인 절전운동에 돌입했다. 여수산단의 또 다른 공장은 20㎾ 규모의 자가 발전시설을 증설하기도 했다. 블랙아웃 뒤 자가발전 시설이 대안으로 떠올라 급하게 돈을 마련, 설치한 것이다.

이 공장 관계자는 “증설에 따른 비용이 60억여원 소요돼 큰 맘 먹고 투자해야 했다”면서 “정부도 이에 따른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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