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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전방위 지식인 크라카우어의 역사 인식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건축을 전공한 영화학자이자 기자, 철학자, 사회학자이기도 했던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세상을 뜨기 최후의 6년 동안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저서 ‘영화 이론’에서 펼친 생각들이 역사로 이어졌고 그는 역사와 현실, 카메라 사이에 많은 비슷한 점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크라카우어에게 철학이나 신학은 ‘맨 끝의 세계’, 역사는 ‘끝에서 두 번째 세계’에 해당한다. 그는 삶의 진실은 최종 의미에 다다르지 못하고 잠정적 상태에 머물러 있는 후자 쪽에 있다고 생각했다. 고정된 사유체계를 불신하고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천착한 그는 연대기적 거시사 대신 잔해와 흔적 사이에서 불연속적이고 파편적인 어떤 과거를 보고자 했다.

미완성작 ‘역사’(문학동네)는 역사적 현실의 특징, 현자와 과거의 관계, 다양한 수위의 역사들의 관계, 역사책에 담긴 주관성의 극복 가능성 등 그가 세우려한 역사의 굵직한 기둥들로 구성된다.

당연히 그의 관심은 시대로 구분될 수 없는 시대, 시대가 전이되기 전 시대다. 이를테면 기독교가 그리스-로마 세계에 정착하기 직전의 시대, 공산주의 운동 직전의 시대 등이다. 그런만큼 그는 역사를 과학적인 시각으로 정의하길 거부했다. 또한 사료 수집과 사료 해석으로 양분되는 역사가의 일을 상보적인 ‘리얼리즘 성향’과 ‘조정 성향’으로 구분해 지칭하며, 리얼리즘의 발현은 영화나 역사를 사진적으로 접근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현재-과거-현재의 패턴으로 이뤄지는 역사가의 사고, 거시사와 미시사, 통사에 대한 옹호와 반론 등 크라카우어의 탐색은 끝을 보지 못했지만, 역사의 진실성에 다가가려한 그의 진지한 탐색은 세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눈을 제공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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