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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제1부 땅 구하기 <49> 겨울에 땅을 보라
강원도 등 산간지역의 겨우살이는 길게 보면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장장 6개월이나 된다. 그래서 귀농이든, 귀촌이든 성공적으로 전원에 뿌리를 내리려면 이 길고 긴 겨울과 친해져야 한다. 겨울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전원생활 준비의 첫 단추인 땅 구하기에서부터 추운 겨울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땅은 겨울에 봐야 한다. 겨울은 일 년의 전원생활 기간 중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가장 생활하기 불편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런 겨울에 땅을 보러 다니면 그 과정 자체가 겨울 전원생활에 대한 직간접적인 체험이 되는 것이다.

땅을 겨울에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푸르른 수목이 옷을 벗은 겨울에야 땅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안한 땅의 맨 얼굴과 그 속살을 이 때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밭이나 논 등 농지가 아닌 임야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임야는 통상 1만㎡ 이상의 큰 땅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울창한 녹색 수목이 꽉 들어차 있어 땅의 지세라든가, 향(向)과 일조량, 분묘와 축사 등 주변의 혐오시설 유무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더구나 집이나 창고 건축 등 개발을 하고자 하는 경우 정확한 토목공사량과 범위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낙엽이 떨어진 겨울에는 그 땅의 경사도 등 소위 ‘S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래 전원생활 터를 구하고자 한다면 겨울에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이 좋다. 실제 전원생활에 있어서의 겨울은 사계절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가장 생활하기 불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또한 눈이 얼어붙어 빙판이 된 좁고 긴 시골길이 얼마나 오가기 불편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 있는지도 겨울에 땅을 보러 다녀보면 실감할 수 있다.

봄, 여름, 가을에만 땅을 보러 다니다 그 계절이 주는 멋과 맛에 취해 덜컥 땅을 사게 되면 막상 전원생활 첫해에 맞닥뜨리는 겨울에 예상치 못한 큰 불편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준비가 안 된 채 전원의 추운 겨울과 씨름하다가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아예 도시로 ‘U턴’하거나, 겨울에만 도시로 나가서 사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겨울에 땅을 보게 되면, 일반인들도 보기에 좋은 땅과 살기에 좋은 땅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겨울에 살기 좋은 땅이란 기본적으로 따스한 햇볕이 종일 들고 칼바람이 잠잠한 땅이다. 온통 흰 눈으로 덮인 한겨울인 데도 햇살을 잘 받아 눈이 녹아 있는 곳은 남향 땅이며, 그대로 싸여 꽁꽁 얼어붙어 있는 곳은 북향 땅이다.

 
전원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오기에 뒤로는 산이 감싸 포근하고, 햇볕이 잘 드는 남향 터가 좋다. 전원주택은 한기를 막아주어야 하기에 단열이 잘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남향의 땅이라고 해도 주변 지세에 따라 겨울 일조량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가까이에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남향의 땅은 해가 뜨는 동쪽과 해가 지는 서쪽이 가로막힌 경우가 많다. 이런 땅의 겨울 일조량은 통상적인 남향의 땅 보다 훨씬 부족하다. 그만큼 더 춥다.

겨울에 시골 땅을 보러 직접 다녀보면, 같은 동네라도 겨울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곳과 잠잠하고 아늑한 곳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대개 계곡이나 서북쪽이 그대로 노출된 곳은 찬바람이 드세다.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나기 위해서는 난방비가 적게 드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원주택을 지을 때 아예 화목겸용 보일러나 화목 벽난로를 즐겨 설치한다. 또 방 한 칸 정도는 장작을 때는 구들방(찜질방)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너도나도 설치하도 보니 땔나무 가격도 많이 올랐다. 따라서 가급적 국유림에 접해있거나 인근에 국유림이 둘러싸고 있는 땅을 사는 게 땔나무를 얻기에도 유리하다. 우리나라 국토의 64%가 산림이며, 강원도 홍천군의 경우 85%에 달한다.

 
눈이 많이 내리면 이내 빙판길로 변하는 시골 길은 가급적 짧을수록 좋다. 폭 3m의 좁은 길은 길어도 2㎞를 넘지 않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겨울에 전원 터를 구할 때는 시골 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당연히 진입로가 확보된(또는 확보할 수 있는) 땅을 골라야 하지만, 눈이 내려 쌓이면 이내 빙판길로 변하는 폭 3m의 좁은 시골길(비포장 포함)은 가급적 시골 주도로(2차선)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짧을수록 좋다. 길어야 2㎞를 넘지 않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좁은 시골 길이 길게 이어지면, 차량 교행 불편은 물론 겨울철 빙판길 안전사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이밖에 낙엽이 다 떨어진 겨울에 땅을 보면 분묘나 주변 축사 등의 혐오시설도 쉽게 파악이 된다.

실제 땅을 매수할 때 가격 측면에서도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유리하다. 대표적인 비수기라 땅을 보러 다니는 매수세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급하게 팔아야 하는 급매물의 경우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떨어진 가격으로 나온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이른바 농사철이기 때문에 땅을 사도 바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겨울에 땅을 사면 개발계획을 세워 즉시 개발행위 신고 및 허가 과정을 진행하고 이어 봄에 집을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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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토지 전문가가 말하는 겨울 땅 매입 요령

장래 전원생활용 땅을 구하기 위해 시골 중개업소를 찾아다닐 때도 요령이 있다. 이왕이면 가족과 함께 직접 전원생활을 하면서 그 노하우를 습득한 중개업자에게 땅 알선을 의뢰하는 것이 더 낫다. 그만큼 겨우살이 하기에 좋은 터와 집을 소개받을 수 있기 때문.

시골생활을 동경해 지난 2005년 온 가족과 함께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으로 내려와 농사도 지으면서 중개업도 하고 있는 김춘하 향토공인중개사(www.hyangto.net, 033-433-0129) 대표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이왕 전원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각 계절마다 자연이 주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겨울에 땅을 볼 때는 먼저 추위와 눈을 피하기보다는 되레 이를 즐긴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집을 짓고 나서도 눈과 추위에 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 전원생활이 보다 행복해 질 수 있죠.”

그는 전원에서의 겨울나기는 특히 일조량이 중요하기에 전원 터를 고를 때는 ‘해’와 ‘눈’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항시 해가 밝게 들고 눈이 쉬 녹는 곳이 집짓고 살기에는 좋은 터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존 집과 땅을 함께 구입할 것을 권한다.

“개인이 땅을 매입해서 개발행위허가(신고)를 거쳐 건축허가(신고)를 득해 집을 짓는 일련의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지금은 소규모 땅에 소형 집을 짓는 게 트렌드이기 때문에 아예 집과 땅이 패키지로 나와 있는 저렴한 물건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물론 집은 단열이 잘되는지를 최우선으로 살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홍천군 서석면에 대해 이렇게 자랑한다.

“서석면은 2015년 초 개통예정인 서울~양양 고속도로 내촌IC를 이용해 서울(1시간30분)은 물론 동해(40분)도 손쉽게 오갈 수 있어요. 차후 땅값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또한 암반으로 구성된 산과 계곡에는 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풍광 또한 매우 뛰어나지요. 특히 옛날부터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를 겪지 않은 곳이며 부촌이어서 인심도 넉넉해 텃세가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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