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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살벌한 미분양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최근 SH공사는 골칫거리였던 은평뉴타운의 미분양 물량을 절반 이상 해소했다. 4년 동안 골치를 썩였던 미분양 물량이 불과 3주만에 반토막난 것. 하지만 이들 물량 중 대부분은 ‘분양 조건부 전세’다. 최근 건설업계에 유행하는 전세 마케팅이다. 공기업들마저 이색적인 미분양 마케팅을 도입할 정도로, 악성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몸부림은 처절할 정도다.

계약금 비중을 낮추고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고전적 방법으론 미분양 해소가 어렵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달콤한 미분양 마케팅의 이면에는 알려지지 않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분양 마케팅 가운데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게 일단 살아보고 분양을 받을지 결정하는 애프터리빙 계약제다. 은평뉴타운의 전세조건부 분양과 유사하다. ‘저스트리브(Just Live)’, ‘리스크프리(Risk Free)’라는 이름으로도 통한다. 계약금10~20%를 내고 2년 뒤 구매 또는 퇴거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만일 입주자가 2년간 살아보고서 집을 사지 않기로 하면 계약기간 3년이 끝나고 나올 때 계약금에서 감가상각 등 실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돌려받는다.


이와 함께 최초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질 경우 계약자 본인이 원하면 조건 없이 계약금 전액을 환불해주고 중도금 대출도 해주는 ‘분양가 원금 보장제’가 있다.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가구당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는 ‘분양가 안심보장제’도 나왔다. 입주 2년 뒤 최초 구입가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최대 1억원까지 환불해 주는 ‘분양가안심리턴제’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프터리빙제‘와 같은 건설사들의 마케팅이 겉으로 보기엔 수요자에게 무한한 혜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약정을 세밀하게 보지 않고 무조건식으로 계약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에 따라 불리한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계약자들이 살아본 뒤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건 아파트들은 요즘 잘 팔리지 않고 있는 중대형이라는 게 공통된 특징이다. 또 3년후 집을 사지 않으면 소정의 위약금을 무는데, 이게 수천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월세 100만원 가량의 집에 사는 것과 같다. 분양가 안심 리턴제는 분양가를 모두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돌려받기 때문에 집값이 1억원 이상으로 떨어질 땐 손해가 불가피하다.

분양가 안심 보장제는 일반적으로 영세한 시행사에서 보장해 주는 사례가 많으므로 계약 주체를 잘 살펴봐야 한다. 또 ‘중도금 이자 지원제’는 보통 이자 지원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후에 발생하는 이자는 계약자 부담이다.

‘잔금 납부 유예제’는 잔금은 유예되지만, 계약은 유지된다. 나중에 해지하려면 계약서상 해약 조건에 따르므로 해지 조건을 꼭 따져봐야 한다. 또 건설사가 제공하는 유예 기간이 지나도 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잔금 연체기간이 길어지면 건설사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도 있다. 입주 예정자가 잔금을 내지 않은 아파트는 법적으로 건설사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사전에 계약자들의 주의사항을 계약 시점에 알려주지 않는 경우 불완전판매가 나타날 소지가 큰 만큼 계약자들은 신중히 주의점을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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