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돌아왔다. 화려하게 돌아와 1월 말까지 전석 매진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가진 이름의 힘 덕에 오페라의 ‘유령’은 날았고, 크리스틴은 맘껏 매력을 뽐냈으며, 라울은 멋진 외모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관객들은 팬텀의 유령 같은 신비함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지상층에서 객석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장미 덩굴로 장식됐고 입구 앞 로비는 팬텀과 크리스틴이 입는 의상이 전시돼 시작 전부터 관객들의 눈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지난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래 1988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상륙, 1억3000만명이 관람하며 20여년간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왔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발레 무용수 크리스틴과 극장 지하에 은신하는 팬텀, 어릴적 소꿉친구였던 청년 라울의 이야기를 다룬 가스통 르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 필리핀의 마닐라를 거쳐 국내에서 3개월의 장기 공연을 이어간다.
‘오페라의 유령’은 시작부터 화려했다. 경매 장면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터지는 불꽃과 함께 객석 천장 위로 샹들리에가 올라가며 20세기 초의 시간은 19세기 말로 되돌아간다.
극중 ‘한니발’ 연습장면은 19세기 오페라 무대를 옮겨놓은 듯하다. 대형 코끼리와 로마시대 의상, 발레 같은 군무는 성대한 축제를 보는 듯.
크리스틴의 방, 거울 속에 비친 팬텀의 모습과 팬텀의 지하 은신처로 내려가는 장면, 팬텀이 노를 저으며 보트를 타고 움직이는 장면, 무대 천장에 매달린 천사 모양의 장식에서 튀어나오는 팬텀 등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중 크리스틴 다예 역을 맡은 클레어 라이언은 브래드 리틀만이 ‘오페라의 유령’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줬다. 호주 국립오페라단 출신으로 어렸을 적 발레를 배웠다는 클레어 라이언은 실제 크리스틴과도 닮아 있다.
2000회 이상 팬텀을 연기한 브래드 리틀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듯 팬텀 그대로였고, 안소니 다우닝의 라울은 혈기 가득한 젊은이의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볼거리ㆍ들을거리 풍성한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 한니발 연습장면에서 보컬 코치 레이예가 퇴장하며 “강남에서 찾아달라”는 대사는 국내 관객을 위한 서비스다.
익숙한 노래들이 귀에 착착 감기는 ‘오페라의 유령’은 내년 3월 중순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