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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인배> 상상력 풍부한 사람이 이긴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최후의 승자’라는 말이 있다. 적벽대전을 준비할 시기의 조조는 누구도 상대하기 힘든 절대강자였다. 지략과 부하 통솔력이 뛰어난 그는 지속적으로 힘을 축적시켰다. 하지만 너무 많은 군대를 강 위에 묶어놓았기에 유비·손권 연합군의 화공(火攻)에 대패하고 만다. 화공은 그 당시 여러 전투에서 사용된 작전이었기에 조조도 당연히 대비책을 마련했겠지만 ‘거센 바람’에 의한 상승효과까지는 상상력이 미치지 못했나 보다.

물론 적벽대전 이후 조조가 완전 패망한 것은 아니다. 상당한 타격은 입었지만 위ㆍ촉ㆍ오 삼국의 각축에서 조조의 위나라는 여전히 제일 강력한 나라였고, 손권의 오나라를 끌어들여 유비의 촉나라를 궁지로 몰아넣는 지경에 이른다. 그렇다면 조조가 역시 ‘최후의 승자’ 아닌가.

객관적인 역사서에서는 그렇게 해석될 수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조조는 재주는 있으나 경망스러운 ‘난세(亂世)의 간웅(奸雄)’으로 알려진 인물인 데 반해 유비는 덕망이 높고 의리가 있는 군주로 그려지고 있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의해서다. 천 년 가까운 후대에 만들어진 이 소설은 북방 민족인 원나라 지배 아래에서 박해를 받던 한족(漢族)이 다시 한족의 정통성을 세워줄 영웅을 그리는 과정에서 모아진 이야기라 한다.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상상력에 의해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기준을 바꾸어 버린 셈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인생역정에서도 최후에 웃을 수 있는지를 곰곰히 돌이켜 볼 일이다. 혹은 연말을 맞아 1년을 되돌아보면서 자기 평가의 기준을 바꾸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이란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러한 상상력을 키우도록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주어진 것 중의 하나가 ‘소꿉놀이’이다. 유아기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역할을 대신 맡아서 하는 소꿉놀이는 굳이 가르치지 않더라도 누구나 즐기는 놀이다. 다만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놓아두느냐, 아니면 그조차도 염려가 되어 ‘소꿉놀이 매뉴얼’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요즈음은 어른들도 소꿉놀이가 필요하다. 직장에서의 정년이 생애주기의 중간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성공한 인생’의 조건들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스펙이나 명성이나 명예, 재산축적 등의 기준을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요즘 성공한 인물들의 ‘성공신화’를 연구하고 그들을 모방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이러한 단순한 모방이 과연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철이 들지 않고 자신만의 소꿉놀이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다. 창작으로 삶을 완성해가는 예술가들의 모습이다. 늘 새로운 상상에 매달려 남이 쓰다버린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고, 전쟁 직전의 상황에서 평화의 꿈을 펼치기도 한다. 새로운 그들의 발상이 잠재의식 속에 파묻혀있던 감성 또는 상상력을 끄집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 삶 속에서 발현될 때 우리의 삶은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상상력 넘치는 전시회 하나, 공연 한 편을 반드시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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