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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유럽보다 훨씬 짜임새 있다”
英 CBI 수석연구원 인터뷰
그린산업, 굴뚝산업에 연쇄효과



[런던(영국)=윤정식 기자] 지구 환경을 지키고자 각국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대부분의 기업은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진원지 영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스티븐 알트만 리처(Steven Altmann-Richer·사진) 영국 CBI 에너지ㆍ기후변화정책 수석연구원을 만나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영국 기업들의 인식을 들어봤다. CBI는 영국 100대 기업 중 90여곳을 포함해 24만개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 격인 조직이다.

-유럽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배출권거래제 강화를 주장하는 이유가 뭔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은 생각도 전향적으로 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오히려 기업에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수치를 보자. 올해만 봐도 전 세계를 기준으로 기존 굴뚝산업은 1.5% 성장한 반면 그린산업은 6.5%나 성장했다. 남는 장사에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 영국 기업들은 그린산업에 2020년까지 1조유로를 투자할 것이다.

-그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아닌가?

▶그린산업도 산업의 하나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가 제대로 성장하면 철강이나 전자 등 다른 굴뚝산업들에도 연쇄 효과를 일으키며 산업 전반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녹색이냐 성장이냐가 아니다. 녹색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이 중국이나 한국 등 신흥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닌가?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 문제다. 배출권거래제는 카본 리키지(carbon leakageㆍ이산화탄소 배출관련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약한 나라로 공장이 이전되는 현상)를 막는 수단이 될 것이다. 단순히 탄소 규제를 강하게 하면 영국에 공장을 짓고자 했던 기업들이 중국이나 한국으로 가고 영국은 무역ㆍ일자리ㆍ내수 등 경제전반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 때문에 오히려 ETS로 그린 산업을 성장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려 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정책을 봤다. 오히려 유럽보다도 훨씬 잘 짜여진 느낌이다. 배출권거래제를 규제가 아닌 성장의 또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고 이런 관전에서 한국은 오히려 영국 CBI의 입장까지도 수렴한 정책을 짜는 듯 보인다. 우린 유럽연합에 더 강화된 배출권거래제 시스템을 권고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상정책을 마련하자는 것도 얘기하고 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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