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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블랙컨슈머 때문에 유ㆍ무형 피해 눈덩이…이 참에 근절해야”…악성 블랙컨슈머 구속으로 본 업계 피해 실태
[헤럴드경제=김영상ㆍ홍성원 기자]대기업 상담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서비스 직원(감정 노동자)들을 협박, 2년여간 수 억원어치의 금품 등을 뜯어낸 50대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가 결국 구속되면서 업계의 피해 사례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고객에 싫은 내색을 하면 안되는 감정 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가 하면, 소비자를 가장해 대기업을 마구잡이로 협박해 이득을 취하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기업들은 막대한 유ㆍ무형의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콜센터나 고객 서비스 창구 직원들은 이같은 블랙컨슈머에 스트레스를 느껴 퇴직을 결심하는 등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중대한 위협을 느낄 정도다.

이에 악질의 블랙컨슈머에 대한 철퇴와 함께 이들이 근원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봉쇄대책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블랙컨슈머 범죄망에 노출돼 있는 대표적인 곳이 대기업과 통신사다. 이번에 구속된 50대 블랙컨슈머 이모 씨도 이를 노렸다.

이 씨는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A사의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B사에 개통한 후 이들 단말기를 번갈아 가며 정지, 해지, 개통하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B통신사 상담원들에게 끊임없이 꼬투리를 잡았고, 욕설은 물론 둔기를 들고 대리점을 찾아가 질릴 정도로 행패를 부렸다. 괜히 소문날까 두렵기도 하고, 안전 위협도 받을 수 있어 말단 대리점 직원이나 상담원들은 합의금으로 일정액을 건네거나 휴대전화 요금을 자비로 대신 내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뜯어낸 것이 2년간 수 억원에 달했다.

2011년 8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블랙컨슈머 이모 씨 사례도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A사의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해 폭발시킨 뒤 “충전 도중 전화기가 터졌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퍼트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러다보니 기업도 기업이지만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 통합민원 안내 전화인 120다산콜센터 직원 10명 중 1명이 강박증, 우울, 적대감 등에서 ‘스트레스 위험군’에 노출됐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기업 전체적으로도 블랙컨슈머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3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3.4%가 ‘블랙컨슈머, 즉 보상 등을 목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의 황당한 요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블랙컨슈머들은 ‘인터넷 유포나 언론 제보 위협’(71.0%)을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기업에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까지 등장했다.

물론 악성 고객이 끊이지 않자 이에 대한 개별 대응에 나서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4000여명의 상담원이 하루 25만여통 민원을 처리하는 SK텔레콤은 이달부터 악성 고객에게 1차 경고 후 고발하는 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괜히 분란만 키울 수 있고,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로 벙어리 냉가슴만 하는 상태다.

식음료ㆍ유통업계도 지능화한 블랙컨슈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침체로 고전 중인 업체가 한 둘이 아닌 상황 속에서도 블랙컨슈머들은 틈새를 비짚고 들어와 경영 상태가 그나마 나은 업체를 타깃으로 삼는 선구안(?)을 보인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한 식품업체에 근무하는 고객관리팀장 A씨는 “요즘 고객들 중엔 잘 팔리는 제품을 내놓은 회사만 골라 전화를 걸어 ‘제품에 머리카락이 들어 있던데 얼마를 보상해 줄거냐’는 등으로 협박한다”며 “생산 절차가 엄격해 이물질이 끼어들어갈 확률이 낮지만 이런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루머를 퍼뜨릴까 우려돼 직접 만나 설득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백화점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핵심 고객인 VIP 중에서 제품에 하자가 없는 데도 교환ㆍ환불을 요구하면 백화점 측으로선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조차 꺼린다. 매출 기여 비중이 큰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 게 업체로선 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악성 블랙컨슈머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블랙컨슈머가 발붙일 땅이 없도록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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