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세종시, 아직은 ‘미(未)완성’ …생활불편에 정치불안까지 겹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아직 제대로 포장이 안된 도로가 많아 눈이 오면 질퍽거리고, 가로등도 많지 않아 밤만 되면 암흑 천지로 변해 사고 위험도 높습니다.”

국토해양부를 시작으로 과천청사 입주 중앙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아직 ‘세종시시대’라 일컫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말까지 이전을 완료해야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 사이에선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30년 전 과천 이주 초기 발생했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삶의 기본 인프라’ 확충 시급=세종시 이전을 앞둔 공무원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뭐니해도 집이다. 현재 세종시 내 신설 아파트 중 입주가 가능한 곳은 첫마을에 들어선 6500여세대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도 대부분 인근 주민에게 돌아갔다.

세종시 내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첫마을 아파트 입주는 현재 90%가 완료된 상태로, 이 중 60% 넘는 입주자가 대전ㆍ충청권 주민이다. 세종시뿐 아니라 KTX가 서는 오송과 원룸 등 소형 주거공간이 많은 조치원 등 인근 지역에도 난데없는 전세난이 일고 있다. 


교육인프라 확충도 절실하다. 세종시 내 학교가 교육환경이 좋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인근 전학생까지 몰려 정작 이주 공무원의 자녀가 입학 정원에 걸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실이 턱없이 부족해 교장실을 일반 교실로 개조하기도 했다. 오전반과 오후반 편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대중교통도 골칫거리다. 현재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제외하곤 역이나 인근 도시에서 청사로 이동할 때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는 상황이다. 버스가 간간이 다니지만 정류장이 청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배차간격이 길어 이용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조치원에는 BRT도 다니지 않는다. 버스를 갈아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청사 주변 환경도 열악한 상태다. 도로 정비가 아직 완전치 않은데다 공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통에 소음과 먼지가 끊이지 않는다. 청사 인근 도로에 가로등도 완전히 설치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분간은 왕복 3시간이 넘는 출퇴근 강행군을 결정한 공무원도 적지 않다.

▶대선 후 조직개편 “불안하네”=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정치적 변수도 이주 공무원의 마음을 시달리게 하고 있다. 대선 이후 정부 조직개편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일부 공무원은 이삿짐을 풀자마자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일정 정도의 부처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근혜 후보는 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과 금융위원회에서 맡은 국내금융 부문의 통합을 계획하고 있고, 문재인 후보는 예산실이 합쳐진 과거 기획예산처 형태의 새로운 조직 구성을 예고하고 있다.

또 당분간 업무 때문에 서울을 오가느라 정작 이삿짐을 풀지 못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재정부 예산실ㆍ세제실 직원이다. 재정부는 연말까지 내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향후 국회업무 등을 위해 서울에 임시사무실을 두기로 결정했다. 세제실도 세제개편안 논의로 당장 서울에서 근무해야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장관이 서울에서 참석하는 각종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직원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재정부 1급 공무원 대다수가 당초 세종시에 집을 구하려다가 세종시로 이사를 포기하고 출퇴근을 선택하거나, 일부 지인에게 잠시나마 몸을 의탁하기로 한 것도 이런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후 곧바로 짐을 다시 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당분간 이삿짐을 풀지 않고 조직개편 등을 기다리겠다는 직원이 부지기수”라고 귀띔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와 추가 주거비 등을 이유로 일부 비정규직원의 이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은 매월 20만원씩 지급되는 이전수당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