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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 특별음악회 ‘모차르트, 레퀴엠’, 2012년 사라져간 많은 이들을 추모하며…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눈 내리는 12월의 저녁은 들뜬 마음보단 왠지 숙연해지는 느낌이 강하다. 저물어가는 한 해를 되돌아보면 올해도 우리 곁의 많은 이들이 떠났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특별음악회 ‘모차르트, 레퀴엠’은 떠나간 많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담긴 제의와도 같았다.

마침 공연 전날인 5일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7일 정기공연에 앞서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특별음악회를 마련한 서울시향은 지난 2005년 정명훈 예술감독 부임 이래 처음으로 모차르트의 곡으로만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교향곡 41번 ‘주피터’가 울려퍼지며 그의 천재성이 담긴 마지막 곡을 객석에 전했다. 지난 8월 정기공연 이후 다시 손수 지휘봉을 잡은 정명훈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띠었지만 이내 곧 진지하게 연주를 시작했다.

5부 편성의 현악파트와 10명 규모의 관악, 타악기 연주자로 편성된 서울시향은 ‘주피터’란 제목에 걸맞게 다른 어떤 곡과 못지 않은 웅장함을 보여줬다.


1악장에선 모차르트 답지않은 베토벤 같은 강렬함이 존재했고 2악장에선 겨울의 감성과 어울리는 서정이 있었다. 모차르트의 일탈을 보는 듯한 3악장에 이어 4악장은 복잡함 속에서도 신속함과 정확함, 내재된 힘을 보여줬다.

2부는 모차르트의 미완성 유작 ‘레퀴엠’이 연주됐다.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강요셉,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국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이 함께하며 무대를 가득 채웠고 객석엔 추모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시향은 이번 공연에서 ‘레퀴엠’의 여러 완성판 중 쥐스마이어 판을 사용했다. 쥐스마이어는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 레퀴엠 작곡을 옆에서 도운 사람이다.

‘입당송(Introitus)’으로 시작한 곡은 합창단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Kyrie)’로 웅장함을 이어갔고 ‘부속가(Sequentia)-오묘한 나팔소리(Tuba Mirum)’의 사무엘 윤의 목소리는 하늘의 말을 대신 전하는듯 했다.

‘봉헌송(Offertorium)’으로 계속되는 구원을 소망하는 어린 양의 목소리는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에서 절정을 이뤘고 ‘영성체송(Communio)’에서 간절함을 전하며 마무리됐다.

정명훈은 지휘봉을 놓고 빈 손으로 단상에 섰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두 손은 무대 위 단원들에게 곡이 주는 메시지를 대신 전하려는 듯 보였고 하늘 위로 두 손을 치켜드는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들으려는듯 했다. 단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했고 네 명의 성악가와 합창단의 노래는 관객들의 가슴 속에 남았다.

올 한 해도 사회 전반 수많은 별들이 사라져갔다. 한국 무용의 대모 공옥진, 원로 무용가 송수남, 연극계의 전설 장민호, 통일교의 창시자 문선명, ‘문 리버’의 앤디 윌리엄스,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 영화감독 토니 스콧, 재즈 명곡 ‘테이크 파이브(Take Five)’의 작곡가 데이브 브루벡도 지난 5일 별세했다.

‘레퀴엠’은 한 해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한 추모의 노래이기도 했지만 관객을 위한 구원의 노래이기도 했다. ‘저를 구원하소서(Salva Me)’란 관객의 말을 하늘에 대신 전해 준 서울시향은 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올해 마지막 보컬시리즈로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전한다.

ygmoon@heraldcorp.com

[사진 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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