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채아 “밉상 빅토리아, 나 아니면 사랑할 사람 없었죠” (인터뷰)
쉼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은 빛을 발했고 대중들의 인기를 고스란히 차지했다. 바로 올 한해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배우 한채아의 이야기다.

한채아는 KBS2 ‘각시탈’에 이어 ‘울랄라부부’까지 드라마를 싹쓸이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채홍주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애교가 넘치는 빅토리아까지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한채아는 큰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마음속에 감춰둔 이야기를 살포시 꺼내놨다.


# 빅토리아, 나 아니면 사랑할 사람 없다

한채아는 연이은 드라마 출연에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힘든 스케줄보다도 그를 옥죈 것은 ‘각시탈’ 속 채홍주의 모습이 ‘울랄라부부’에서 보일까하는 우려였다.

“채홍주와 빅토리아는 너무 상반된 캐릭터잖아요. ‘각시탈’ 촬영이 끝나자마자 ‘울랄라부부’에 합류했죠. 시청자 분들에게 채홍주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빅토리아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결과물을 보니 제가 실패는 안 한 것 같네요.(웃음)”

극중 빅토리아는 수남(신현준 분)의 내연녀다. 수남의 부인 여옥(김정은 분)에게는 한없이 밉기만 한 존재다. 연기는 연기지만 불륜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초리는 그리 부드럽지 않다.

“초반에는 불륜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불륜 자체가 심각해지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됐죠. 주부들이 예민하게 보는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 거잖아요. 또 여자인 입장에서도 주부 시청자 분들이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고요. 그렇다고 해서 제 역할이 바뀌지는 않고, 연기로 표현하는 것 밖에 없잖아요. 휘둘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죠.”

사실상 수남과 빅토리아의 러브라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수남 부부의 영혼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수남과 빅토리아의 애정신은 등장하지 않았다.

“불륜녀라고 생각하고 캐릭터에 임했던 건 아니니까요. 1회 말에서 수남과 여옥의 영혼이 바뀌었잖아요. 불륜을 저지를 수 있는 시간도 1회 밖에 없었던 거죠. 저는 이 드라마가 코믹성이 강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중반부로 갈수록 빅토리아가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면서 저도 기사의 댓글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상처는 없었어요. 빅토리아 때문에 ‘한채아’를 이해 못하시지는 않더라고요.”

결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채아는 빅토리아에게 애정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이 볼 때 부담스러운 캐릭터잖아요. 그런 와중에 저는 빅토리아를 계속 연구했어요. ‘왜 유부남을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는 순간 연민을 느끼게 됐죠. 사실 제 친구중에 유부남을 만난 애가 있었어요. 엄청 화를 내고 ‘너 그러다 물 맞고 뺨 맞는다’했는데 그 역할을 제가 하려니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점점 빅토리아가 안타깝고 가엾더라고요.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겠어요. 저라도 예뻐해야죠.(웃음)”

# 신현준, 김정은 사이에서..

한채아에게 신현준과 김정은은 그야말로 대선배다. 전작 ‘각시탈’ 속 주원과 박기웅, 진세연과는 확연히 다른 조합이다. 동료가 아닌 선배와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처음에 감독님도 많이 걱정하셨죠. 사실 두 분다 연기나 실력이 보증된 분들이니까요. 감독님은 ‘그 사람들 옆에 있으면, 너가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니 너가 잘해야 된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웃음) 겁을 많이 주셨죠.”

그는 첫인상은 깍쟁이 같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잘 챙겨준 김정은에 대해 연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정은 언니는 약간 깍쟁이 같이 보였어요. 그런데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죠. 저처럼 연기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은 상대방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힘든 신에서 정은 언니의 도움으로 살아났죠. 이것저것 도움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신현준과는 이미 ‘각시탈’을 통해 호흡을 맞춘 사이였으므로 어려울 것이 없었다. 신현준은 한채아에게 늘 용기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언제나 잘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워낙 ‘각시탈’ 때 많이 뵈서 어려움이 없었죠. 정말 잘 대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 주셔서 용기가 많이 생겼죠. 두 분 다 제 생각보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참 많이 배웠죠.”

# 인기? 큰 사랑보다는 잔잔하게

극중 빅토리아는 사랑에 목을 매고,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실제 연애 방식과 어느 정도 부합할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아요. 빅토리아는 저랑 많이 달라요. 저는 애인이 있는 남자는 전혀 마음에 둔 적도 없고 선뜻 사랑한다는 말도 잘 하지 못해요. 제 손발이 오글거리거든요.(웃음) 또 떠난 남자를 절대 붙잡지도 못하는 성격이고요.”

지난해 KBS2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부터 ‘각시탈’, ‘울랄라부부’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한채아. 작품을 거듭할수록 그의 연기 역시 점점 빛을 발했다.

“스스로 이런 말 하는 건 웃기지만, 연기는 조금 늘은 것 같아요.(웃음) 아무래도 데뷔 때보다는 감정 이입도 빨리 되고, 모니터 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99퍼센트 였다면 지금은 그보다는 덜하거든요. ‘늘긴 늘었네’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느 덧 서른. 적지 않은 나이를 맞이한 한채아는 데뷔에 비해 조금 늦게 빛을 발한 케이스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그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했다.

“작품이야 한꺼번에 했지만 확 뜨는 배우는 아니었죠.(웃음) 제가 대세는 아니잖아요. 그냥 조금씩 제 이름을 알리고, 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고요. 연기가 업그레이드 되는만큼 관객들에게도 업그레이드 된 배우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에요. 갑자기 큰 사랑보다는 잔잔하게 큰 사고없이 배우의 길을 쭉 걸었으면 좋겠네요.”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