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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증명한 김연아의 가치, 여왕의 ‘시즌2’ 개막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여왕’은 잠시 머리 위에 있던 왕관을 내려놓았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고된 여정에 짧은 쉼표를 찍고 싶었다. 그 후 1년 8개월. 예상보다 여왕의 휴식기간은 길어졌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누구도 여왕이 놓고 간 왕관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피겨퀸’ 김연아(22·고려대)가 돌아온다. 작년 4월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던 그가 지난 7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까지 현역 생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첫 무대는 오는 6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개막되는 NRW 트로피대회. 무려 20개월 만의 복귀다.

세계 피겨계는 여왕의 컴백 소식에 벌써부터 들떠있다. 미국의 유명 피겨 블로거 앤트 조이스는 “드디어 유나킴이 온다. 바라건대 얼른 돌아와서 이 형편없는 선수들을 제압해 주길!”이라고 기대했다. 올시즌 그랑프리대회 2승에 시즌 최고점(190.63점)까지 찍은 애쉴리 와그너(21·미국)는 “내 라이벌은 오직 김연아 뿐”이라며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

김연아의 가치는 ‘시간’이 증명해 주고 있다. 2년 가까이 은반을 떠나 있던 동안 김연아의 자리를 차지한 후계자는 없었다. 각국에서 내로라 하는 피겨 요정들은 김연아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 기록한 역대 최고점(228.56점)에 근접하기는 커녕 자꾸만 실력이 뒷걸음질쳤다. 여왕의 위상은 2년의 공백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이 김연아의 존재를 빛나게 하나=전세계 많은 피겨 관계자와 팬들은 궁금하다. 왜 김연아의 복귀에 이렇게 흥분할 수밖에 없나. 왜 김연아는 존재감 만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나. 어렸을 때부터 김연아를 지켜본 정재은 대한빙상연맹 피겨 심판이사는 “김연아 만큼 완성된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정 이사는 “사실 연아가 어린 나이에 기술을 완성시켜서 내심 걱정했다. 정작 중요한 올림픽에서 부진하면 어쩌나. 하지만 기우였다”며 “아사다 마오 등 다른 선수들이 부침이 심한 반면 연아는 그렇지 않은데, 그것이 바로 완성도의 차이다. 또 기술이 완벽하면 예술적인 면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아는 ‘비현실적으로’ 둘다 완벽하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정 이사는 “이번에 그랑프리 파이널(6~9일·러시아 소치)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둘로 나뉜다.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 아니면 실력은 향상하고 있되 숙련도가 떨어지는 어린 선수. 많은 사람들이 연아를 기다리는 이유다”고 밝혔다.

▶다시, 새로운 시작=김연아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동안 친한 코치나 선배들이 오면 “너무 힘들다”고 애교섞인 푸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김연아의 체력과 컨디션은 ‘실전용’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김연아의 훈련모습을 본 코치들은 입을 모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몸 상태가 좋다. 곡 해석력도 변함없이 뛰어났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트레이드마크인 교과서 점프도 ‘뱀파이어의 키스’(쇼트프로그램) ‘레미제라블’(프리스케이팅) 등 새 프로그램에 그대로 녹아들 예정이다. 올시즌 새로 바뀐 까다로운 스핀 규정도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는 김연아에겐 오히려 호재.

김연아는 지난 7월 선수 복귀를 선언하면서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고 나만을 위한 연기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눈높이는 벌써 내년 3월 세계선수권, 아니 그보다 꼭 1년 후에 있을 2014 소치올림픽에 맞춰져 있다. ‘담대한 승부사’ 김연아의 화려한 ‘시즌2’가 곧 막이 오른다.

한편 김연아는 5일 오후 독일로 출국한다. 이번 대회에서 기준 기술점수(TES·쇼트 28점, 프리 48점)를 통과하면 내년 3월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얻는다. 김연아가 나서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8일 저녁 7시 시작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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