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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이변 SNS>중장년층 진입ㆍ2030 탈퇴ㆍ새전략... 보수 SNS를 점령하다
‘나꼼수’의 놀이터 SNS(소셜네트워크)를 40대 중장년층과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점령하고 있다. 지난 4ㆍ11 총선 당시 ‘김용민 막말’ 파문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나꼼수 등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SNS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는 반면, ‘숨은 보수’가 이번엔 익명성을 무기로 SNS 점령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알바생 투입’ ‘애국 네티즌들의 뒤늦은 뭉침’ 때문이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NS 이용층의 변화와 함께 SNS에 대한 보수층의 전략적 접근, 유행에 민감한 2030세대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보수-진보’로 확연히 대별되던 유권자들의 성향이 최근 몇년사이에 ‘합리적 진보, 중도’라는 중간 회색지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SNS의 보수화를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NS에 대거 등장한 보수 중장년층=얼마전까지만 해도 SNS 등에서 ‘왕따’ 취급을 받던 40대 중장년층이 변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SNS를 기웃거리며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SNS는 여전히 ‘익명성’의 가면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숨은 보수’들의 활동이 그만큼 수월하다는 설명도 곁들여 지고 있다.

실제 2010년 한 미디어 분석 기관 조사에서 15%에 불과했던 40대 이상 SNS 이용자의 비율은 최근 4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에서 이들 중장년층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트위터 사용자들의 평균 연령 ‘27.99세’가 다소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같은 연령층의 변화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 구도까지 바꿔 놓았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40대, 여성, 그리고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SNS를 통해 대선 여론을 형성하고, 또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만 해도 보수 대 진보는 3대 7로 일방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도였다면, 최근에는 5대 5까지 끌어올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030 세대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SNS가 이제 많이 낡아버린 미디어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트위터에서 땅따먹기는 이제 끝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SNS 이용자 층의 변화가 여론 형성 구도까지 뒤바꿨으며, 이에 따라 SNS를 바라보는 각 당의 시각과 전략도 역전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심점 사라진 진보, 전략적 접근하는 보수=트위터 등 SNS 여론 역전 현상에는 보수와 진보, 각 진영의 전략도 한 몫 했다.

인터넷 미디어와 보수 논객, 그리고 이들에 공감하는 보수층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보수와 반면 나꼼수의 몰락 이후 흩어진 채 안철수-문재인 진영으로 나뉜 진보의 서로 다른 현실이 여론 역전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민심닷컴 관계자는 “진보 트위터 사용자들이 많이 죽은 감이 있다”며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나꼼수나 뉴스타파 등의 매체들이 활성화 됐지만, 지금은 그 영향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과 보수 트위터리안들은 계속 약진하고 있다”며 “표면으로 나타나는 리트윗 숫자 뿐만 아니라, 의견 개진도 활성화된 점, 그리고 의견의 소재와 내용도 다양한 점이 이번 대선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 매체들이 트위터를 통해 인용하고 이를 전파하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의미다.

최종원 와이즈넛 이사도 “야권의 경우 지난 3~4년간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해주는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여권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거 전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던 계정들이 최근 부쩍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이런 계정 상당수가 보수 여론 형성에 역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측에서는 소위 ‘알바’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알바가 아닌 전략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욕설같은 자극적 단어보다 가족끼리 이야기하는 부드러운 담소를 더 선호하고, 이런 점을 반영한 것들을 박 후보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에 식상한 2030=빠르게 열광하지만, 빠르게 그만두는 우리나라 젊은 층의 성향도 SNS 여론 변화에 일조했다. 트위터로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또 자발적인 선거운동에 나서는 행위가 2030, 소위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더 이상 흥미거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학생회 간부로 활동 중이며, 자칭 진보 트위터 사용자라고 밝힌 한 26세 대학생은 “트위터 자체 위세가 줄어들었다”며 “요즘에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로 주류가 넘어갔는데, 여기서는 정치적 의견 제시보다는 개인 사생활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전했다.

또 다른 24세 대학생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이 학생은 “소위 트위터 오피니언 리더들의 글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비슷하게 올라오지만, 리트윗 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슈는 없다”며 진보 진영의 접근 전략 실패를 꼬집었다. 야권이 전략적으로 내놨던 정수장학회, 후보 단일화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온라인 집중 공략 대상으로 ‘40대와 여성’을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전에 나선 것, 민주당이 보수의 노이즈 마케팅을 비판하면서, 창의적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것 모두 이 같은 SNS 지형도 변화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최정호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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