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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협동조합시대> 유사상표 난립 우려…소비자보호 ‘발등의 불’
③소비자보호·감독은 과제
기존 조합과 혼동 명칭 쏟아져
민·관합동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조기정착위한 제도 마련 시급



200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협동조합의 롤모델로 부상한 이탈리아ㆍ스페인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 협동조합 체제에 첫 걸음마를 떼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ㆍ관 합동으로 치밀한 관리ㆍ감독 및 합리적 지원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밭에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실패한 경제 모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언뜻 보면 비슷해” 소비자 혼선 우려=우선 협동조합 설립의 문호가 넓어짐에 따라 기존 협동조합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협동조합이 난립할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들의 혼선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생 협동조합들이 명칭을 정할 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기존 협동조합들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농협)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만 ‘농업인협동조합’ ‘농어촌협동조합’ 등 명칭이 완전히 동일하진 않으면서 비슷한 조합들이 출범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법(제3조)에는 기존 협동조합의 명칭과 중복되거나 혼동되는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중복ㆍ혼동 명칭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고용천국’ 기대는 금물=협동조합의 고용 효과 등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들어 스페인의 성공한 협동조합 ‘몬드라곤(Mondragonㆍ60년 만에 연매출 22조원 성장한 생산자협동조합)’이 자주 언급되면서 기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도 기본법 시행 이후 향후 5년간 취업자 수가 4만~5만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네트워크 구축과 경제 효과 여부가 묘연한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란 지적이다. 협동조합이 자동적으로 ‘고용천국’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나갈 경우 자칫 과거 ‘벤처 붐’과 같이 과장된 기대로 막대한 기회비용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오 아이쿱 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몬드라곤의 기적’의 저자)은 ‘협동조합은 고용천국을 보장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현실적으로 고용 창출과 고용 유지는 막막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우선 노동자협동조합이 고용 확대를 기업의 목표로 설정해도 고용이 저절로 확대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잉여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조합원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데, 신규 고용을 늘려 자신들의 노동시간을 줄이되, 자신들의 배당을 높이는 것이 보편성을 갖는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재정ㆍ세제 지원 없어 자생력 미지수=협동조합이 주식회사의 대안처럼 예찬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우리나라는 주식회사 중심으로 발전했고, 주식회사는 자본주의에서 경쟁력을 갖춘 조직”이라며 “원시적 일자리 형태인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보다 효율적 조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과장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또 법률상 신생 협동조합에 재정이나 세제 혜택 등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은 불가하게 돼 있어 협동조합 문화가 초기 시작 단계에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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