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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념은 가라,나는 일상을 그린다” 유근택의 ‘하루’展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붓과 먹으로 그리는 그림 하면 의례 ‘산수화’가 떠올려진다. 대다수 한국화가들이 일평생 매진하는 것도 산과 들을 담는 산수화다.

그러나 한국화가 유근택(47, 성신여대 교수)은 관념적인 산수화가 아닌, 가까운 곳에 있는 ‘공간’과 ‘일상’에 주목한다. 진부한 관념 대신 자신의 현실에 착 달라붙어 있는 구체적인 대상을 그리는 것.

침체에 빠진 한국화단에 현대적 표현법과 소재를 적용해 ‘한국화 부문의 뉴웨이브’로 지목되는 유근택이 서울 갤러리현대(대표 조정열) 초대로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안식년을 맞아 지난해 1년간 가족과 함께 미국 뉴저지에 머물며 제작한 신작 30여점이 나왔다.

작가는 자신이 머물렀던 주택의 실내와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 풍경, 그리고 자주 산책했던 공원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아울러 이따금 찾았던 해변 풍경도 사생했다.
출품작들은 유근택이 그동안 선보였던 초현실적 분위기의 실내외 풍경과 대상이 지닌 에너지를 강렬하게 응집했던 작업이 더욱 깊이 무르익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과거 작품이 공간 자체에 주목했다면 신작들은 그 공간에 담긴 시간성까지 끈질기게 담으려해 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하루’라는 전시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지극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하나의 공간과 풍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순환하는지를 형상화했다. 또 일상의 사물들이 시간이 지나며 그 사이의 관계가 하나둘 형성되면서 어떤 에너지를 지니게 되는지 드러내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찰나의 순간이 아닌, 대상에 누적된 ‘내재된 시간’까지 담아내려 한 유근택의 일련의 작업은 더욱 독특하고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작가는 전통 동양화와는 달리 호분과 과슈, 템페라를 적극 활용한다. 이들 안료는 화면에 붓질의 흔적을 켜켜이 남기며 누적돼 유근택이 표현하려는 시간의 흔적이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근택은 “평범한 대상을 원래 크기나 형태를 벗어나게 그리는 내 그림이 초현실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생각보다 기묘함과 놀라움으로 가득찬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먼 산으로 가는 것보다는, 내가 만질 수 있고 나와 호흡하고 있는 주변의 것들에 세상의 놀라움이 교차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02)2287-3591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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