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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드의 시가…히메네스의 맛!
만 48세로 유러피언 투어 최고령 우승…금욕적인 선수들과 달리 와인 · 시가 사랑하는 골퍼 “체력유지 비결? 리오하 와인덕”
지난 18일 막을 내린 유러피언 투어(EPGA) 홍콩오픈 골프대회 시상식장.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들은 흥미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뿌연 시가 연기로 얼굴이 다 가려진 챔피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화나 코믹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지만, 그의 곁을 따라다니면 종종 재미있는 순간을 포착하는 횡재(?)를 할 수 있다.

스페인의 골프스타 미겔 앙헬 히메네스(48). 히메네스가 18일 홍콩 판링의 홍콩골프장에서 끝난 홍콩오픈에서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2위 프레드릭 앤더슨 헤드(스웨덴)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히메네스는 만 48세 318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유러피언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일랜드의 데스 스마이스가 2001년 세웠던 48세 34일을 무려 284일이나 넘어섰다. 이 대회에서만 2005, 2008년에 이어 3번째 우승이다. 2010년 이후 2년 만에 우승을 추가한 히메네스는 통산 19승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40세 이후에 거둔 승수가 12승이라는 게 놀랍다.

히메네스 본인도 최고령 우승이라는 말에 너털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48세에 투어 우승이라니 세상에…. 투어에서 뛴 지 24년째인데, 내가 너무 오래 얼쩡거린 모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히메네스와의 우승경쟁에서 아쉽게 패한 헤드는 “그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완벽한 티샷과 완벽한 세컨드샷을 날린 뒤 손쉽게 투퍼트로 파를 잡는다. 그래서 미겔 아니겠는가”라고 히메네스를 극찬했다.

히메네스는 그러나 남들이 시니어 투어(PGA 투어의 경우 챔피언스 투어)에서 뛸 나이임에도,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EPGA에서 뛰고 싶어 하고, 경쟁력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는 “나는 유러피언 투어에서 뛰는 것을 사랑하고, 이는 환상적인 일”이라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즐기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지론을 편다.

그에게 골프는 자신의 삶이자, 삶에 기쁨을 주는 행복한 일이다. 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오랜 습관대로 스페인산 리오하 와인과 시가를 즐기며 기쁨을 만끽했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보통의 특급선수들과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그는 시가와 와인이 자신에게 활력소가 된다고 주장한다. “아마 내 관절에는 올리브 기름이 있는 모양이다. 좋은 리오하 와인을 마신 덕분에 내가 체력도 유지하고 몸도 유연한 것 같다”고 말한다.

유쾌한 노장골퍼 히메네스는 뒷방으로 물러난 퇴물선수가 아니다. 시가가 다 떨어졌을 때라면 모를까, 웬만해선 끄떡도 하지 않는 강철 멘털의 소유자 히메네스에게 아직 얼마나 더 우승컵이 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최고령 우승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거야”라는 그의 말처럼.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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