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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난 중고차가 오히려 알짜”, 중고차 매매 이것 모르면 바보
[경기 시화=김상수 기자]렉서스 GS 2006년식. 시작가 1570만원이 화면에 뜨자 돌연 장내에 있던 매매상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경매장 좌석에 놓인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가격이 5만원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경매가 끝나는 시간은 길어야 1분. 쉼 없이 5만원씩 올라가던 가격은 16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최종 낙찰가는 1685만원. 숨 가쁜 레이스가 끝나자마자 출품번호 1015번 그랜드보이져가 나왔다. 한 대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매매상의 눈이 금세 매서워졌다.

경기도 시화에 자리 잡은 현대 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장의 풍경이다. 통상 중고차 거래를 개인 간, 혹은 중고차 딜러상을 통한 거래로 생각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축산물이나 미술품처럼 경매를 활용해 중고차를 사고팔 수도 있다. 또 중고차를 잘 아는 이라면 일반 중고차보다 사고 경력이 있는 중고차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만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중고차 매매의 노하우가 많은 셈이다.

중고차 경매도 그 중 하나다. 국내 중고차 경매 시장에선 현대 글로비스가 대표적이다. 2001년부터 중고차 경매 사업을 실시한 이후 올해 11월까지 누적 출품 대수가 50만대를 돌파했다. 유종수 현대글로비스 중고차사업실 이사는 “중고차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에선 중고차 거래 중 경매 비중이 각각 60%, 25%에 이른다”며 “국내에선 아직 3%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를 더 끌어올린다면 중고차 유통 선진화를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시화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장 주차장에 경매가 진행 중인 차량이 가득 들어서 있다.
                                                                                                                                                                        <사진 현대글로비스 제공>

중고차 경매는 말 그대로 중고차 매매상이 출품된 차량을 두고 경매를 벌이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차량을 전달받아 이를 경매장에 올리고, 매매상의 경쟁을 거쳐 낙찰을 받으면 거래가 성사되고, 유찰되면 재출품되거나 반출된다.

지난 16일 방문한 시화 경매장에도 이날 하루 동안 총 637대의 차량이 경매로 나왔다. 경매장에 모인 매매상은 모두 현대글로비스에 등록된 전문가들. 일반인들로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속도로 순식간에 낙찰과 유찰이 결정됐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경매 시작에 앞서 미리 차량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며 “중동이나 동남아 등 외국에서 온 중고차 매매상도 다수 참여한다”고 전했다.

주차장에 실제 차량을 전시하고, 경매장에 해당 차량의 화면을 올리면 매매상이 경매를 시작한다. 화면에는 매매한 차량의 성능, 상태 등을 평가한 평가표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화면 내에서 차량 외관보다 프레임 상태를 더 눈에 띄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외관의 흠집보다 프레임의 손상 여부가 중고차 평가에서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일반인이 중고차를 구입할 때 외관을 꼼꼼하게 살펴보지만, 정작 중요한 건 자동차의 외관이 아니라 자동차의 ‘뼈대’이다.


오히려 중고차 전문가나 중고차 선진국 등에선 경미한 사고 이력이 있는 차량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대부분 중고차가 무상 보증기간이 끝난 차량인데, 수리를 거쳤다는 건 소모품이나 주요 부품 등을 이미 새 부품으로 교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한국에선 사고 이력이 있다면 무조건 거부하는 경향이 짙지만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사고 이력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중고차 경매가 일반 매매보다 좋은 건 빠른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 이사는 “개인 간 거래 등을 진행하면 원하는 가격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차량을 사려는 참가자가 많아서 경매가 붙으면 좋은 가격에 차량을 팔 수 있고, 신속하게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매 외에도 온라인 매매 등 중고차 거래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좋은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중고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침수 피해 차량 매매 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신뢰할수 있는 전문업체를 통해 매매하는 게 좋고, 개인 간 거래하더라도 전문가를 통해 반드시 차량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dlcw@heraldcorp.com

경기도 시화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장 현장에서 중고차 매매상들이 화면을 응시하며 출품된 중고차를 살피고 있다. 
                                                                                                                                                                        <사진 현대글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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