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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헛다리’ 짚는 부동산 공약…알맹이는?
[헤럴드경제=장용동 대기자]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각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세종시를 비롯해 혁신ㆍ기업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수도권 규제 등으로 인구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수도권 부동산이 갈 길을 잃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전무하다.

향후 수도권과 지방 간 균형발전 대안도 없다. 물류이동 등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기본 인프라 건설 등 국책사업에도 소극적이다.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도 좌충우돌이다. 더구나 갈수록 심화하는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급증 문제와 최악의 부동산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나 특단의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임기응변식으로 제시된 후보의 공약마저 현실성 부족으로 립서비스용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구동성으로 내걸은 공공임대주택 확대 건설은 이미 재원 부족과 관리 부실 등으로 부작용이 속출, 주거복지의 핵심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월세난에 대응한 공약도 마찬가지다. 가격상승 우려가 큰 전월세 계약 갱신 및 상한제 도입 등이 고작이다. 상당한 재원과 임대료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바우처 제도 시행에만 열을 올릴 정도다.

부동산 장기불황 여파가 기업과 가계부실에 이어 금융부실로까지 번져가는 위기 상황이지만 엇갈린 표심 때문에 애써 외면하는 양상이다.

▶공공임대 확대, 바우처 제도 도입, 재원 난망, 주거복지 실현 의문=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공히 공공임대주택 확대 건설을 주거복지의 최대 실현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후보는 2018년까지 임대주택 120만가구 건설을 공약으로 발표했고, 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안 후보는 공공임대 10%로 확대와 보금자리 폐지 등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놨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건설 중심의 주거복지 정책은 그동안 여러 가지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정도로 부실한 주거복지대책이다. 수혜가구 수보다 물량을 목표로 삼다보니 수급 불균형을 가져왔다. 필요한 곳은 서울인데도 지방에 대거 짓는 우를 범해온 것이다. 지불능력과 임대료,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 불균형을 초래한 부실 주거복지사업이다.

재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 채를 지을 때 1억원씩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 탓에 토지주택공사(LH) 재정난이 심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권마다 재원대책 없이 목표 수량만 요구한 탓이다. 정부가 2011년 보금자리 및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지출한 재정규모 10조원을 몽땅 공공임대주택 건 설에 투자해도 목표치의 절반을 채우기도 힘들 정도다. 특단의 재정대책이 없는 세 후보의 임대주택 확대 건설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에 불과할 뿐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안 후보의 발상도 보금자리주택 분양에서 재원을 확보, 임대주택을 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재정에 많은 부담이 되어 이미 유럽 등 서구에서는 민간임대주택시장에 의존하는 양상이다.

박 후보의 토지임대부주택 공급 확대와 철도부지의 장기임대주택지 활용, 문 후보의 대학생 원룸텔 5만가구 건립 등도 폐기정책 재활용이거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공약에 불과하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참여정부 시절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반값 아파트 개념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이나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해 사실상 폐기된 것이며, 철도용지 위 영구임대주택 건설은 서울시가 검토했으나 폐기된 대안이다.

또 대학생 원룸텔 공급은 등록금에 이어 주거유형까지 보조하는 꼴이어서 과잉특혜 소지가 없지 않다. 3년째 도입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주택 바우처 제도 역시 엄청난 재정부담 및 임대료 상승 등에 대한 검증이 선행적으로 필요한 조심스러운 대책이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 갱신권 보장 등도 도입 논란 여지=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임대료 통제와 임차인 보호는 절대 필요하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제한적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재정부담 없이 임대료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이는 민간임대주택의 축소로 임대주택 재고 부족을 야기할 수 있고 주택 품질이 하락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기존 임차인만 혜택을 받고 신규 시장 진입 임차인이 피해를 받게 되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임대료 통제는 전쟁이나 오일쇼크와 같은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단기에 임대료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해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임대료를 통제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조세상의 혜택을 부여, 민간임대주택시장 재고량이 감소하는 것을 막는 게 효과적이다.

문ㆍ안 후보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계약 갱신권 역시 약자 보호를 위한 주거권 차원에서 긍정적이나 실제 도입까지는 수급 문제 등 여러 부작용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문제다.

부동산 규제 부문 공약 역시 부실하다. 박 후보의 경우 민간주택에 한정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자는 반면, 문 후보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모두가 일정부분 규제 존치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미 고도 성장기를 넘어 경제ㆍ인구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저성장기에 돌입하고 있다. 주택난이 가중, 가격상승과 투기열풍이 재연될 여지가 별로 없다. 과거 제도로는 변화하는 주택 니즈를 수용할 수 없을 정도다. 주택수요 계층별 다양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구시대적 발상인 분양가 상한제는 속히 제거하는 게 옳다. 이 외에도 부동산 시장 구조변화에 따른 수요자 중심의 제도 개혁과 주택금융 및 국민주택기금 관련 혁신이 절실한데도 표밭을 의식해 무대책으로 일관, 사실상 대선 부동산 공약은 알맹이 없는 맹탕 수준이다.

▶하우스 푸어 대책, 현실성 부족, 립서비스에 그쳐=지난 9월 가장 먼저 부동산 공약에 불을 댕긴 박 후보는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들고 나왔다. 자기 집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은행 대출금 일부를 갚는 방식이다. 지분을 매입한 캠코 등 공공기관은 지분을 담보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 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기금 등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케 한다는 것이다. 또 하우스 푸어로부터 매입한 지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아 이를 투자자에게 이자로 지급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는 이자를 내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쪼들리는 하우스 푸어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문 후보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으로 바꾸는 방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정부에서 이미 실시 중이며 상환기간이 최장 30년에 달하는 고정금리 상품이 나와 있을 정도여서 특단의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회생제도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채무 재조정 대상도 아니다.

안 후보 역시 대동소이하다.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연장하고 일명 ‘깡통주택’은 1순위 담보권자와 채무권자 간 ‘매각 후 임대’ ‘신탁 후 임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채무 재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현재의 하우스 푸어 대책에 활용하기엔 금융권과 당사자의 환경을 무시한 공학적 공약이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ch1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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