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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신고…피해자가 말 못할 상황이라도 경찰 GPS 시스템으로 위치 파악해 바로 현장 출동
[헤럴드경제=서상범기자]지난 14일 오후 4시39분께.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들어왔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만 희미하게 “야이 XX야. 죽여버린다”라는 욕설과 함께 싸우는 듯 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경찰은 직감적으로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느꼈다. 신고자가 통화를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임을 고려해 곧바로 위치추적 버튼을 눌러 이동통신사에 위치를 요청해 파악한 후 관할 지구대에 출동지령을 내렸다.

신고지점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 홈플러스 근처. 출동 지령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 신고 접수 후 4분만이었다.

오후 4시 43분께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동네 호프집에서 술을 먹다가 생긴 단순 시비임였고, 현장을 정리하고 경찰은 자리를 떴다.

경찰의 112 신고 대응이 한 단계 진화했다. 바로 위성항법장치(GPSㆍ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이 15일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15일 찾아간 서울지방경찰청 종합상황실은 여느때와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접수요원들과 다급한 신고전화로 긴장감까지 돌았다.

그 중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접수 컴퓨터에 위치한 ‘회색’의 위치추적 버튼.

접수된 신고 중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근무자는 컴퓨터의 이 회색 위치추적 버튼을 누른다.

그 후 경찰과 연결된 위치추적사업자를 통해 해당 통신사에 위치정보전송요청이 들어가고 통신사는 요청받은 위치정보를 다시 경찰에게 알려주게 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20초가 안 된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에서 일어난 오원춘 사건에서 경찰은 초기 112신고에서 위치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피해자의 다급한 신고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어디냐, 어디 근처냐?”고 묻는 녹취가 공개되면서 강력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찰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동안 위급상황에 놓인 신고자가 긴급구조 요청을 하더라도 소방방재청이나 해양경찰청과는 달리 경찰에는 개인위치정보 획득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경찰이 긴급 구조를 위해 112 신고자 등의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 관계자는 “그 동안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법적권한이 없어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자와의 대화를 통해 위치를 묻거나 소방방재청에 위치추적을 요청해 넘겨 받는 등의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문자를 통한 신고에도 위치추적 기능을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위급상황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찰은 지난 5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촌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보낸 문자신고의 위치추적을 통해 피의자를 신속히 검거하기도 했다.

상황실 관계자는 “위치추적 기능을 이용해 신속한 출동을 통한 국민안전과 동시에 정확한 위치파악을 통한 현장 수사인력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치추적 오남용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철저한 내부통제로 부적절한 행위를 차단함은 물론, 개인위치정보 이용시에는 당사자에게 해당 사실을 즉시 통보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치정보 조회 기록이 남게 되는 위치정보시스템을 통해서만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했고, 경찰은 조회 내역도 보관함으로써 당사자들이 희망할 경우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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