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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경제성장 발목잡는 ‘깡통주택’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집값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깡통주택은 담보인정비율(LTV)의 상한선(수도권 50%ㆍ지방 60%)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가진 집으로, 집을 살 당시에는 LTV 한도를 넘지 않았지만 몇 년간 집값이 떨어지면서 그 수가 늘고 있다.

가령 서울에 있는 3억원 짜리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1억5000만원(LTV 한도 50% 적용)을 빌렸는데 몇 년 후 집값이 2억원으로 떨어지면 LTV 한도는 1억원이 된다. 이 때 기존에 빌렸던 5000만원이 LTV 한도 초과분에 해당한다.

은행은 LTV 한도를 맞추기 위해 초과분을 갚도록 독촉하고 집 주인은 갑자기 불어난 대출금을 갚는데 허덕인다. 이들이 소위 말하는 ‘하우스푸어’다. 하우스푸어가 많아지면 경기는 더욱 침체된다.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을 대출금 상환에 쓰다보니 소비가 줄어 내부가 부진하고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돼 일자리가 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깡통주택, 최소 10만~57만 가구=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공식 발표한 깡통주택은 9만8000가구. 집값이 10% 떨어진 16만7000가구 중 주택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구이다. 이들 가구는 전체 가구의 0.56%, 금융대출을 보유한 가구의 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들이 엄밀한 의미에서 하우스푸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깡통주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가계부채 미시분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는 한국금융연구원이 깡통주택 ‘고위험군’ 10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집값이 20% 내리면 깡통주택은 14만7000가구로, 4만6000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이 분류한 고위험군은 LTV 기준으로 대출금이 집값의 60%와 금융자산의 합계를 상회하는 가구로, 대출금만 47조5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연구원은 또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를 56만9000가구, 이들의 빚을 149조5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수도권 26% 깡통전세=최근에는 집 주인이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전세’ 문제가 부각됐다. 깡통전세 세입자는 집 주인이 이미 대출을 받은 집에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했기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변제순위에서 밀린다. 올 상반기만 해도 경락율(시가 대비 경매낙찰가)은 평균 75%였지만 최근에는 7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집값이 약 30% 하락한 셈이다.

실제로 수도권 전세주택 4가구 중 1가구는 깡통주택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전세주택의 LTV는 평균 50%지만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실질 LTV는 71%로 껑충 뛴다. 집값의 71%가 ‘빚’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실질 LTV가 80%인 전세주택 비중이 26%에 이른다고 밝혔다. 경락율이 7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한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초까지 가계부채 총량과 증가 속도를 늦추는데 역량을 쏟아부었던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깡통주택 현황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단기 처방으로 LTV 초과 대출은 장기ㆍ분할상환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전환하고, 주택담보대출에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을 적용했다. 최근에는 깡통주택의 처분기간을 3개월 미뤄주는 ‘경매유예 제도’를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전세금특례보증제도’ 지원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최초로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상대로 ‘신탁 후 임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출자가 주택 소유권을 유지하되 집을 관리,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은 은행에 넘기고, 3~5년간 살던 집에 살면서 대출 원리금 대신 연 4.15%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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