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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땀구멍까지 드러난 이 사진이 유화란 말이지?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초대형 사진 속 인물이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다. 어,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림이다. 모공이며 작은 솜털까지 일일이 붓질로 묘사한 유화이다. 사진 보다 더 사실적으로 대상을 그리는 젊은 작가 강강훈(33)의 작품이다.

사진으로 착각케 할 인물화를 그려온 강강훈이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모던 데이 아이덴티티(Modern Day Identity)’라는 타이틀로 개막된 전시에는 사실적으로 그린 대형 인물초상 연작이 출품됐다.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작가는 모델의 사진을 적게는 500여장, 많게는 수천장을 찍은 뒤 모델의 내면이 드러난 사진을 골라 화폭에 옮긴다.

전시에는 작가 자신이나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코믹하게 표현한 ‘모던 보이’ ‘모던 레이디’ 연작이 나왔다.


강강훈은 본래 공학도였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미술대학(경희대 서양화과.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고 극사실화를 그렸다. 한점의 그림을 완성하는데 꼬박 한 달을 매달려야 할만큼 엄청난 시간과 인내가 요구되지만 그는 극사실화를 고집하고 있다. 또 여전히 유화물감을 고집 중이다.

그의 인물화는 유수의 국제아트페어에서 거의 매번 ‘솔드아웃(매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홍콩의 라라사티 경매, 미국 뉴욕 크리스티 등 미술품 국제경매에서 작품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며 한국 현대미술의 극사실 회화를 이끄는 기대주로 이름을 알렸다.


또 2008년 한국화랑미술협회(KIAF)와 독일 베를린화랑협회(LVBG)가 공동 주관한 ‘5인 선정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심사 평가 1위를 차지하고, 이 기간에 열린 국제세미나 ‘아트포럼 베를린’에 레지던시 작가 중 유일하게 초청받기도 했다. 크리스티홍콩 사장을 역임한 안토니 린(Anthony Lynn)은 그의 작품에 매료돼 직접 그림을 수집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2012 아트홍콩’에서 특별전을 성황리에 가진 후 여는 본격적인 국내 전시다.

전시부제는 ‘모던 데이 아이덴티티’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인물의 표정과 상황을 통해 해부하기 위해 명명된 타이틀. 인물에 각종 도구를 곁들이거나 설정을 가해 강강훈 식으로 컨셉을 만든 후, 인물과 작가가 교감을 이룬 컷을 골라 이를 형상화한 초상화 연작을 선보인다. 


이번에 강강훈은 기존 작업과 함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추구한 작품을 처음으로 나란히 내걸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얼굴의 작은 터럭까지 디테일을 완벽히 보여주는 극사실적 작품에, 최소한의 시간과 공력, 최소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함께 곁들여 ‘긴장과 이완’이라는 또다른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강강훈은 산업화 이후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즐겨 그려왔다. 풍족한 현대문명사회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긴 하지만 내면적으론 한두가지쯤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던 데이를 그는 맥주캔, 헤드셋, 파이프, 수경 같은 소품을 곁들이며 세련된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인물화만큼 제격인 게 없다’며 현대인들의 불안과 고독, 감정의 억누름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묘한 파토스(정념ㆍ정열)를 뿜어내는 인물화로 형상화하고 있는 강강훈의 전시는 22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제공=박여숙화랑. 02-549-7575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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