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기 대충하면 관객이 알아…“숨소리 하나까지 신경써야”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형사役 정재영 인터뷰
나이 많다고 잘하는거 아냐
무술 등 각분야 전문가 믿어야
나는 감정표현 부분만 전문가

항상 동료·스텝에 웃음주는
안성기 선배처럼 나이들고 싶어


“ ‘박봉곤가출사건’ 때였어요. 안성기 선배를 현장에서 처음 뵈었는데, 단역인 제가 애드리브를 하는데도 편안히 받아주시더군요. 스타라면 밤 촬영 때는 차안에 계시다 찍을 때만 나오고 할 줄 알았는데 밖에서 항상 웃고, 동료, 스태프를 재미있게 해주셨어요. 나중에 제가 저 위치까지 가면 안성기 선배처럼 돼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지금 환갑이 되셨는데도 재미있게 하시는 비결이 아닐까요?”

당시 무명배우였던 26살의 정재영은 ‘불량배’로 몇 컷 출연했다. 그때 만난 안성기는 주연이든 조연, 단역이든, 막내 스태프든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차별없이 응대했고 스스럼없이 말을 섞었다. 16년 후 정재영(42)은 한국영화계에서 액션과 코미디, 휴먼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을 맡길 수 있는 손꼽히는 주연배우가 됐다. 16년 전의 안성기와 얼추 비슷한 나이가 된 그는 초심대로 살고 있을까.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공연한 박시후가 다른 자리에서 말했다.

“현장에서 슬리퍼 신고 동네형같이 누구에게나 편하게 대해 주셨어요. 저에게는 첫 영화이니까 좋은 추억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하셨죠. 얘기도 많이 하고 허물없이 지냈어요.”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정재영은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역할을 맡았다. 극 중 상대는 공소시효가 끝나고 자신의 범행기록을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사회에 대대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연쇄살인범(박시후 분)이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해 첫 주말 ‘늑대소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늑대소년’이 수능을 끝낸 청소년 관객을 불러모았다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 액션과 반전이 화끈한 ‘내가 살인범이다’는 성인 관객층의 박수를 받았다.

“연기를 쉽게 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예민하고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다 알아챕니다. 특히 영화가 어려운 것은 영화 편집 순서대로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촬영은 며칠 간격으로 해도, 극 중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선 숨소리까지 맞춰야 합니다. ”

연극부터 시작한 연기경력은 25년이 넘었고 영화 주연작만 약 20편이 되는 베테랑이지만 정재영은 자기가 할 줄 아는 것과 지켜야 되는 것에 대한 선과 경계가 분명한 배우다. 최근 만난 정재영은 “경험이나 나이가 많다고 잘하는 것 아니다”라며 “감독, 촬영, 미술, 무술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믿고 가는 게 영화 현장이다. 나는 감정 표현에 관한 부분만 전문가”라고 말했다. 최근 영화 현장에서 일부 배우들이 월권 시비로 감독과 불화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재영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말 많고 탈 많은 영화계에서 뒷말 한번 없이 ‘사람냄새 나는 스타, 긴 호흡의 배우’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정재영의 차기작은 ‘AM 11:00’으로 촬영을 이미 마쳤고, 그다음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방황하는 칼날’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