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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보라 “왜 그랬을까가 아닌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던 ‘도가니’에 이어 또 다른 충격 실화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는 청소년 성범죄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어린 딸을 잃게 된 엄마가 법을 대신해서 고등학생인 가해자들에게 끔찍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배우 남보라는 ‘돈 크라이 마미’ 인터뷰 도중 캐릭터가 느꼈던 감정에 동화된 나머지 오열을 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이후 제작발표회장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등 아직도 ‘돈 크라이 마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 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모처에서 이제는 ‘국민 울보’로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눈물을 보였던 남보라와의 만남을 가졌다. 다짜고짜 그에게 ‘국민 울보’라는 호칭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쑥스러운 듯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울었던 것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때 당시 사진을 보니까 예쁘게 나온 사진이 없었어요. 다른 분들은 ‘진짜 울음이다. 감동이다’라고 해주셨는데, 사진을 보니까 ‘예쁘게 울걸..’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니까 감사하게 생각해요. ‘국민울보’요? 원래 눈물이 많기는 하지만 이재 대놓고 울어버렸으니..(하하)”

연기라고는 하지만 여배우가 성폭행 피해자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터. 그가 ‘돈 크라이 마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돈 크라이 마미’는 시나리오 초고부터 봐왔던 작품이라 각별한 애정이 있었어요. 또 은아 캐릭터를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내심 ‘나를 선택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기다렸어요. 소재 부분이나 은아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은아 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죠.”

‘돈 크라이 마미’는 등급 판정에서도 상당한 마찰을 겪었다.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가장 처음에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노력에 의해 꼭 봐줬으면 하는 청소년들도 접할 수 있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계속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판정이 났다는 기사가 나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대부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면 ‘잔인하거나 야하다’는 생각으로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보면 안되겠다는 마음을 가질까봐 걱정했죠. 다행인 것은 아직 10대인 제 동생들도 우리 영화에 관심을 보이길래 청소년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작품 역시 어른의 시각에서 만들어놓은 영화기 때문에 청소년들과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는 오히려 청소년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영화가 언제 개봉하나’라는 기대감과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무척 설레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유선은 모성애 가득한 엄마의 모습과 딸을 잃은 상실감에 분노에 가득 찬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다.

“‘돈 크라이 마미’에서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딸이 살아 있을 때 엄마가 보여주는 분노는 삶에 대한 의욕이 있지만, 딸을 잃어버렸을 때는 정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모습이에요. 자신의 전부를 내려놔버린, 독해 보일수도 있는 모습이죠. 엄마가 복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은아의 극단적인 선택은 ‘왜 그랬을까’가 아닌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공감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작은 모녀가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 더 가슴 아팠어요. 더군다나 극 중반 이후로 엄마 혼자서 사건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더 힘들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어요.”

카메라 안에서 보여 지는 유선의 모습은 너무나도 강렬하다. 남보라 역시 유선을 만나기 전부터 그가 작품에서 선보여 왔던 모습에 푹 빠져 있었다.

“(유선)선배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카리스마에 매료됐어요. ‘이끼’ 마지막 장면을 보고 정말 매력적으로 느꼈거든요. 그 다음부터 선배님이 출연했던 영화를 다 찾아봤어요. 그러다 보니 더욱 좋아졌어요. ‘돈 크라이 마미’에 선배님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재차 확인했어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지?’ 등의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던 기억이 나요. 선배님도 초반에는 낯을 많이 가리시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유머러스한 면도 가지고 계신 분이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내용이 무겁기 때문에 촬영 당시 남보라는 은아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다. 촬영 내내 그는 캐릭터를 위해 은아의 감정을 유지한 채 생활했다.

“촬영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촬영이 끝나고는 오히려 괜찮았어요. 촬영 기간에는 그 역할과 영화를 위해서 힘들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우는 날도 많았죠. 촬영 후유증 같은 건 없었어요. 후유증이 아닌 ‘유증’이었죠.”

남보라는 배우라는 직업이 가지는 직업의 장점으로 “나 하나가 확성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돈 크라이 마미’에 참여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배우는 작은 일상에서 말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가니’가 개봉함과 동시에 사회를 흔들 수 있었죠. 영광스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에 따른 희생도 감소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돈 크라이 마미’도 개인적인 돈의 욕심이라던가 사심이 담긴 것이 아니었어요. 당사자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죠.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결국 그 아픔과 고통을 충분히 잘 담아내서 진실을 전달해 주는수 밖에 없었어요.”

인터뷰 내내 무거운 이야기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화제를 전환해 밝은 내용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제까지 작품 속에서 짝사랑을 반복해오던 남보라.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을까? 아울러 커플들의 시즌인 겨울을 맞이해 그가 솔로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랑이요? (웃음) 이제는 짝사랑 말고 첫사랑이나 순애보 같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연애에 대한 환상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아직 경험하지 못했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해보고,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그런 사랑 말이에요. 겨울이 오니까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길을 걷다보면 유독 커플이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아요. 여대에 다니는 중인데, 남자 분들! 여자 친구 데리러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지 말아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더 없냐”는 질문에 그는 이 자리를 빌어 ‘돈 크라이 마미’ 촬영당시 매니저 언니한테 미안했던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그 당시에는 예민했던 상태라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어요. 언니한테 화를 낸 적이 있는데, 돌이켜 보면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꼭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때의 상황을 알지 못하기에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남보라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끝으로 영화를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얼른 영화가 개봉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분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요.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한건이라도 줄이자는 마음도 있고, 경각심을 주게 하려는 것도 있어요. 사건을 묵인하기보다는 작은 힘이라도 보탰으면 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관객들과 저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더욱 기다려져요. 아마 다음에도 영화로 찾아뵐 것 같아요. ‘돈 크라이 마미’도 배우 남보라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자신이 가진 감정을 모두 토해내 그래서 후회가 남지 않았던 남보라가 그토록 원했던 작품 ‘돈 크라이 마미’는 오는 11월 22일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돈 크라이 마미’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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