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은 인생의 오후, 빛은 따뜻하고 그림자 길어져, 걸음을 느리게 잡아당기면 곧 펼쳐질 금빛 석양을 기대하면서 잠시 쉬어가도 좋은 시간, 아침부터 수고한 마음을 도닥거리고 어루만지며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평온하고 지혜롭게 사유하라. 그런 이에게 오후는 길고, 충만하다.”

장석주 시인의 마흔 예찬론이다. 그에게 마흔은 오히려 많은 가능성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청춘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나침반 혹은 길잡이가 돼 줄 만한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마흔은 누구를 멘토로 삼고 답을 구하기 어려운 나이라며 인생에 대한 질문을 책에서 구하라고 권한다.

‘마흔의 서재’(한빛비즈)는 시인이 살아온 나날들, 삶의 갈림길 위에서 자신을 바로 세운 책과 그를 통해 얻은 깨달음과 경험을 함께 녹여냈다.

그는 마흔은 변화의 한가운데 서는 나이라며,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결정해야 하는 때라고 말한다. 그 자신 이십대에 시인으로 등단, 삼십대엔 청담동에 빌딩을 지으며 정신없이 보냈다. 마흔이 오자 “이렇게 달리기만 해도 되는 걸까?”라는 물음이 문득 들었다. 그는 돌연 서울 살림을 접고 시골로 내려간다. 산속 호수옆에 집을 짓고 3만여권의 장서를 품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마흔줄에 집어 든 책은 ‘논어’. “논어는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담은 책”이라고 그는 말한다. 현대인이 쫒는 행복에 대해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견줘 담백한 행복론을 들려준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이라는 것.

고독, 치유와 정화, 사랑, 비우기, 겨우살이, 집중 등 마흔에 더불어 살아야 할 질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하나하나 풀어간다. 책읽기 예찬과 금쪽 햇살 같은 맑은 깨달음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