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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승리의 음식’, 반드시 이기라는 백성의 마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1491년 여진족이 국경을 넘어 온나라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다. 조선 9대 왕, 성종은 문신 허종을 북정도원수로 임명해 의주로 보낸다. 이에 변방의 백성들은 전투를 앞둔 장수에게 특별한 음식을 준비한다. 한 상을 다 비운 그는 두만강을 건너 필승의 소식을 전한다. 그 맛이 어찌나 좋은지 기생과 풍악보다 더 낫다하여 허종이붙인 승기악탕에 전해 오는 얘기다. 필승을 위한 음식이다.

‘EBS 천년의 밥상’(MID)은 우리 음식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맛깔스럽게 담아냈다.고난과 좌절을 겪었을 때 함께한 음식, 낯선 이국 땅에서 조국과 고향을 그리며 직접 길러 먹은 음식, 종종거려야 하는 서민의 팍팍한 삶의 허기를 채워준 음식 등 입을 즐겁게 해주는 먹거리를 넘어 삶이고 역사인 음식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동방의 주자’라 칭송받은 이황이 몸이 약해 양생에 크게 신경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후학에 힘썼다. 인삼갈비찜은 이황의 ‘활인심방’에 소개된 여러가지 보양식 중 하나다.

깨끗이 다듬은 방풍을 살짝 데쳐 쌀이 알맞게 퍼진 죽에 넣고 쑨 뒤 사기그릇에 담아내는 방풍죽. 허균은 음식품평서 ‘도문대작’에서 “이것은 좋은 맛이 입안에 가득하여 3일이 지나도 가실 줄 모르는 향미로운 음식이다”고 했다.

때론 음식보다 담긴 그릇이 중요할 때가 있다. 제주에선 돼지 수육을 달리 부른다. 바로 ‘돔베고기’다. 돼지고기에 파, 양파, 마늘을 넣고 된장을 풀어 푹 익혀 먹는 수육은 가족들의 밥상을 차린 뒤 다시 물질을 하러 가야 했던 제주여인들이 시간이 없어 도마째로 상위에 올려 놓고 먹었다 해서 붙여졌다.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간 고려여인들이 심어 먹은 상추, 일본인들이 버린 소와 돼지의 하얀 내장을 가져와 구워먹은 재일동포들의 밥상 등 역사 이야기와 시, 요리법과 건강정보 등이 어울려 묵직한 맛을 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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