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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양춘병> 실익보다 명분에 빠진 금융감독체계 개편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데 반대할 여론이나 정치인도 없다. 그러나 분리감독안은 결정적으로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이‘동전의 양면’이라는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금융정책ㆍ감독 실패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여론과 정치권의 주장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옆집을 터서 평수를 넓힌 아파트(금융위원회)를 리모델링하거나, 아예 재건축해버리거나. 또 시장과 소비자 사이에서 운전 미숙을 드러낸 운전자(금융감독원)의 운전 실력을 키우거나, 아예 운전자를 2명으로 늘리거나.

양단간의 선택을 돕기 위해 5년 전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지난 2007년 금융위원회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에도 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있었다. 물론 당시도 대선을 앞둔 시기였다.

금감위가 감독정책을, 재정경제부가 금융정책을 나눠 맡다 보니 동일 사안을 놓고 상충되는 정책판단이 빈번히 발생하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다 보니 정책과 집행 기능이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래서 탄생한 게 지금의 ‘금융위원회’다. 감독정책과 금융정책을 통합,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을 금지해 정책과 집행 기능을 분리한다는 취지였다.

5년이 지난 지금, 정책통합으로 ‘공룡’이 된 금융위를 분리, 해체하자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금융위가 존속될 경우 시대 역행적인 관치금융 우려가 크다는 명분도 뒤따랐다.

문제는 재건축의 설계도다. 대선캠프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설계도의 기본 방향만 놓고 보면 이미 5년 전 또는 그 이전에 ‘경험’해본 것들이다. 현 체제의 문제점과 과거 체제의 문제점 간에 비교우위가 명확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분리(쌍봉형 감독체계)는 또 다른 문제다. 금감원이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을 병행하는 현 체제에서는 아무래도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분리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도 이익단체로 뭉친 금융회사들은 감독기구에 가깝고, 익명의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멀게 마련이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데 반대할 여론이나 정치인도 없다. 그러나 분리감독안은 결정적으로 건전성과 영업행위 감독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

일례로 금융회사의 높은 수익성은 건전성 감독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지만, 영업행위감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불공정하게 대함으로써 부당하게 이익을 늘린 탐욕행위로 간주하게 된다. 한쪽은 계속 액셀만 밟고, 다른 한쪽은 끊임없이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그 차는 견제와 균형의 이름 아래 공회전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각 대선후보 진영이 ‘일단 갈아보자’며 실익에 눈감고 명분과 표심(票心)에만 매몰될 경우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5년 뒤 또다시 도돌이표가 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를 ‘조직이기주의’로 일축하기 전에, 금융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어디에 있는지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현장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볼 수는 없을까.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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