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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이카의 꿈 탄자니아 편/희망을 지펴낸 봉사 이야기
#우리는 희망의 많고 적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있고, 없고’의 문제다. 달빛조차 초라한 어두운 밤, 작은 오솔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저 멀리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바로 발 앞을 비쳐줄 한 점 등불이란 걸. 그 작은 등불은 공포를 몰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하늘의 강렬한 태양과 꼭 반대의 짙은 어둠이 땅을 지배한 아프리카에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ㆍKOICA) 단원 및 의료봉사단 50여명은 희망의 작은 빛을 밝히고 돌아왔다.

지난 10월의 어느날 오후 4시. 처음 맞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40℃짜리 태양은 예상보다 훨씬 따가웠다. 수도 다르살렘에서 차로 4시간을 달린 뒤 다시 모터보트를 타고 한 시간. 루피지 강과 인도양을 함께 품고 있는 사닝가 섬은 전기는 물론 식수조차 왕복 8시간 걸려 멀리 마토사 지역에서 길어와야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변변한 접안시설도 없어 뻘을 그대로 맨발로 밟고 들어선 섬에서 꼬마가 상냥하게 반긴다.

 

MBC 특별기획 ‘코이카의 꿈-탄자니아 편’에 함께한 2PM멤버 닉쿤을 비롯한 코이카 단원들은 10월 초부터 이곳에서 약 20일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단원들은 물을 길어오거나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사용할 목조선을 제작하는 ‘선박팀’, 안개 포집기와 태양광발전 시설 등 현지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만드는 ‘적정기술팀’, 초등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리모델링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봉사팀’으로 나눠 구슬땀을 흘렸다.

건물이라곤 코코넛 나뭇잎으로 엮은 지붕이 전부인 섬에서 단원들은 텐트에서 먹고 잤다. 그나마 봉사 초기엔 통관에 문제가 생겨 수저 같은 기본적인 식자재와 목장갑 등 물품 조달이 늦어져 그야말로 원시적인 생활을 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지 주민들이 오히려 안쓰러워할 만큼 열악했다.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 허용된 물은 하루에 1.5ℓ 생수 2병. 그나마 씻는 물은 소금기가 다분한 흙탕물 한 병뿐이었다. 벌 같은 모기가 수시로 달려드는 섬에서 대원들은 그 물로 목욕을 하고 빨래를 했다. 화장실은, 상상에 맡기는 편이 낫다. 닉쿤과 옥택연을 비롯해 배우 박성웅, 이태란 등 연예인 봉사단도 예외는 없었다. 


처음 3일 동안은 씻는 것은 물론 화장실도 가지 못했다는 닉쿤의 얼굴은 여전히 뽀얗고 잘 생겼지만 군데군데 모기에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뒤늦게 합류한 동료 옥택연에겐 반가운 인사를 거둘 새도 없이 대뜸 삽을 주며 태양광 발전기 설치 장소로 등떠밀 정도로 열심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대중의 시선에서 모습을 감춘 닉쿤에게 탄자니아는 알맞은 쉼터 구실을 했다. “2달 동안 아무데도 못 가고 집에만 있었어요. 제안이 왔을 때 바로 가자고 했습니다.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왜 사람들이 스스로 고생을 찾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흙탕물 샤워를 막 끝내고 마주 앉은 닉쿤의 얼굴이 빛났다. 


탄자니아는 한국, 태국과는 너무도 멀지만 그래서 오히려 일상의 닉쿤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했다. 이번 봉사를 기회로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엇다. 더 잘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닉쿤은 “당분간 기회가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펼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닉쿤은 텐트로 향하며 단원들에게 일일이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건넸다. 처음엔 솔직히 선입견을 가졌다던 한 대원은 그런 닉쿤을 바라보며 오랜 친구 마냥 말 없이 미소지었다.

400여명의 주민이 어업과 불법적인 맹그로브 나무 채취 및 판매로 한달 평균 소득 80달러에 의지해 사는 사닝가 섬은 단원들의 노력에 점차 달라졌다. 

낮에는 무섭게 내리쬐다가도 저녁만 되면 서둘러 자취를 감췄던 태양은 코이카 단원들이 설치한 발전기 덕분에 밤에도 빛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선 시소와 그네엔 어느새 아이들로 북적였다. 지은지 15년이 넘도록 방치돼 선생님과 학생 모두에게서 외면받은 학교는 이제 50여명의 학생들이 새 선생님과 함께 꿈을 키울 공간으로 변신했다.

꿈. 이곳말로 ‘운도토’. 선박팀이 만든 배 이름 역시 운도토다. 코이카 단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깎고 다듬은 ‘운도토 호’는 높이 매단 돛에 희망의 바람을 안고 아이들의 꿈을 세상으로 전달할 것이다. 이들이 있어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어둡지 않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사진 = MBC ‘코이카의 꿈’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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