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점수관리는 끝났다…이젠 자녀의 허전한 마음 어루만질 때”
시험후 찾아오는 수능후유증…내 자녀 건강관리 어떻게

성적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극단적인 결과 초래할수도

우울증 증세 없어도 안심은 금물
조금만 관심 기울이면 증상발견

자녀에 대한 기대·욕심 버리고
부모도 자신 돌아보는 기회로


대입수학능력시험은 수험생들에게 해방과 좌절이란 극단의 결과를 안긴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받아든 수험생의 환한 얼굴에 대비되는 초라한 성적표는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한없는 절망을 느끼게 한다. 때문에 매년 수능 이후 되풀이되는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선 늘 수험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가족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자녀를 다그치며 학업에만 몰두하게 했던 부모라면 특히 수능 이후 자녀가 가질 상실감과 괴로움을 잘 다독여 수능 실패를 인생의 실패로 연결짓지 않도록 현명하게 응원해야 한다.



▶성적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수능시험 실패를 자살로 몰고갈 정도의 큰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청소년이라면, 평소 학업성적에 대해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좋은 성적이 곧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고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부모의 기대 수준이나 자신의 목표치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면 부모나 주변과 거리를 두게 된다.

또 스스로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어서 작은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작은 실수에도 괴로워하고 다른 일들을 새롭게 시도하는 데 겁을 내게 된다.

이로 인한 지나친 스트레스는 수능시험 긴장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시험을 망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망은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미칠 수 있다. 악순환인 것이다. 특히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선 더욱 더 자살을 충동적으로 선택하게 한다.

수능시험은 청소년이 처음 막닥뜨리는 인생의 큰 관문인만큼 작은 실수에도 깊은 실망과 큰 좌절을 느낄 수 있다. 이로 인해 수능 이후 자녀가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헤럴드 DB]

▶평소 우울증 없었더라도 안심하면 안돼=우울증은 자살을 불러오는 대표적 요인이다. 자살을 택하는 청소년 역시 평소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수능 성적까지 나쁘면 실망이 겹쳐 자살을 선택하기에 이를 수 있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적 문제 외에도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억압, 가정 불화나 또래집단의 괴롭힘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우울증을 앓는 학생은 평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발견할 수 있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주변 일에 도통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거나 잘 먹으려 하지도 않는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또 자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거나 과도한 죄책감, 우유부단,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을 하는 것도 우울증을 의심케 한다.

일부 청소년은 다소 비전형적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짜증이나 반항, 폭력, 무단 결석이나 가출 같은 것들이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서 이러한 모습들이 보이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직접 물어보기가 어렵다면 자녀와 함께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도 좋다.

문제는 평소 아무런 우울 증상이 없던 아이라도 수능 이후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험 준비기간에는 우울한 기분을 억지로 참고 공부에 매달리다 시험이 끝나면서 우울증이 드러나는 것이다. 공부 때문에 우울증이 가려져 있던 것이다.

수능시험 성적을 지상과제로 살아온 수험생은 시험이 종료되는 동시에 허탈감과 상실감에 빠질 수 있는데 이를 달래기 위해, 또 그동안 억눌러 왔던 우울기분을 분출하기 위해 음주나 흡연 같은 일탈행동을 보일 수 있다.



▶실망을 받아주는 것도 부모의 몫=어쩌면 자녀를 위한 부모의 본격적인 역할은 수능 이후에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녀의 실망을 잘 받아줘야 한다. 자녀에게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라고 물어보자. 그리고 그 대답을 들어보자. 이때 수능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을 마치 인생을 망친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조언해야 한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본격적인 삶은 이제 시작이란 것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사람은 누구나 학교 공부 외에 다른 재능을 통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믿고 있어야 하며 그 신념을 자녀에게 일깨워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공부든 다른 직업이든 얼마든지 더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성적이 나쁘다고 스스로 사랑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자책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성적과 별개로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을 아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부모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녀가 원하는 장래희망이나 재능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의 기대와 욕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자녀는 스스로 동기를 찾지 못한 채 부모의 뜻에 이끌려 마지못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로 인해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해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자존감 역시 낮아진다.

따라서 자녀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고, 스스로 공부를 할 동기를 찾아줘야 한다. 송동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부모와 사이가 좋은 청소년은 여간해서 수능을 망쳤다고 자살을 하거나 일탈행동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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