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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본좌’같은 朴文安의 황당공약 시리즈
“결혼하면 1억원 줄께”, “무상교육도 하고 수능도 폐지하지”, “국회의원 숫자는 100명으로 줄이고 자격시험 도입할께”

5년 전 17대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허경영 당시 경제공화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다. 기존 정당 후보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한 공약들을 들고 나온 그는 인터넷 상에서 ‘허본좌’로 불리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그의 미니홈피 하루 방문자는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등 ‘빅3’의 두배가 넘는 1만 명에 달했다. 인터넷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이 된 셈이였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의 뚜껑을 연 그는 9만6700여 표(득표율 0.4%)를 얻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허본좌’에게 열광했던 젊은이들 조차도 그의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임을 잘 알았던 결과다.

허본좌 열풍이 지나간 5년뒤 다시 치뤄지는 대선에서도 역시 ‘황당 공약’은 빠지지 않았다. 문제는 5년전과 달리 소위 ‘빅3’의 공약안에서 눈에 띄게 보인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공약이 과거 군소 후보의 눈길끌기 이벤트에서 이제는 정치권의 대세가 된 셈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인 현실 가능성 떨어지는 공약으로 지적됐다.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제시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즉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인상분을 대출받고 세입자가 그 이자를 부담하는 제도에 대해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주인이 미치지 않았다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다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데, 자신의 부채를 늘리는데 선뜻 동의할 집주인이 있겠냐는 의미다. 즉 제도 따로, 현실 따로 공약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교육 대책에서 도마에 올랐다. 일몰 후 유, 초등학생의 사교육을 강제적으로 금지시키겠다는 그의 공약에 대해 상대적으로 야권 우호적인 트위터에서조차 “실현 불가능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이 나왔다. 공교육의 수준별 이동 학습, 학년을 뛰어넘는 ‘월반’ 제도 도입에 반대하면서, 개인 능력에 맞는 단계별 개별 학습자체까지 막는 것은 오히려 ‘음성적인 사교육’을 활성화 시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은 ‘전두환’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 시절 강제적인 사교육 금지책이 불러왔던 각종 부작용의 부활을 비꼰 것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역시 ‘황당 공약’ 시리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규 원전과 화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서지로 대체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환경운동가 책상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소위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 또 발전 단가 및 비용문제 등을 감안하면 먼 훗날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라는 비판이다. 특히 지금도 원성이 자자한 ‘전기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차라리 컴퓨터를 없에라”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이 밖에 세 후보 모두 직, 간접적으로 언급한 ‘임대주택 수십만채 확대 공급’, ‘개개인의 능력이 인정받는 대입제도 도입’, ‘경제민주화를 위한 각종 재벌 징벌책’ 등도 재원 조달, 현장 혼란 가중, 역차별 논란 등을 이유로 ‘황당 공약’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후 어떻게 되든 선심 공약으로 생색부터 내어 표를 얻고 보자는 못 된 심보”라며 “공약 당사자 조차 가물가물했던 반값 등록금이 불쑥 5년 후 튀어나와 논란을 만들어냈던 것 같은 부작용이 다음 대통령 임기 초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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