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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성을 두드리는 시공간…음표로 아버지를 그리다
권소원 첫 고국나들이 ‘Melo’展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권소원(49)이 처음으로 고국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Melo’라는 타이틀로 서울 통의동의 갤러리시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작가는 음악으로 아버지의 초상을 그렸다. 미술가라면 응당 그림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릴 법한데 그는 음악과 설치미술로 세상을 떠난 부친을 추억했다.

“아버지는 늘 클래식 음악을 들으셨죠. 음악감상이 취미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미국 민요 ‘셰넌도어(Shenandoah)’를 들으시는 거예요. 미국 중서부 미주리강을 오가던 뱃사공의 노래였죠. 그러시곤 1년 후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의 전부는 몰라도, 아버지가 아끼시던 음악을 통해 그 일부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권소원의 신작 ‘셰넌도어’는 미국 팝가수 밥 딜런, 해리 벨라폰테 같은 가수들이 부른 9가지 버전의 ‘셰넌도어’가 흘러나오고 가사 중 나(I)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벽에 걸린 네온사인에서 반짝이는 설치작업이다. 관객들은 작품 옆에 놓인 마이크로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있다. 

웅크린 채 상념에 빠진 여성을 표현한 권소원의 영상작품. 어두운 계단참에 꼭 어울린다. 오른쪽은 ‘셰넌도어’.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를 나온 권소원은 버몬트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외국을 무대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인간의 촉촉한 감성을 표현하길 즐긴다. 작품 타이틀을 ‘멜로’로 정한 것도 그 때문. 사람의 마음을 살짝 건드리는 아주 사소하나 애틋한 것들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드러내고 싶어 그 같은 제목을 달았다.

이번 전시에는 친구들의 권유로 인터넷을 통해 봤던 한국드라마 ‘꽃보다 남자’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네온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 영상작업도 나왔다. 드라마 장면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영상은 감미로우면서도 날이 예리하게 서있어 명징하다.

또 종이라든가 얇은 가죽에 바느질로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담담하게 드로잉한 평면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들 드로잉을 물감이 아닌 재봉질로 표현했다는 점. 가느다란 선이지만 권소원의 선은 인간관계의 정곡을 찌르는 듯한 선이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끈다.

작가는 말한다. “전 언제나 간결한 걸 좋아해요. 가장 단순한 표현만으로 심오한 것을 표현하는 작업을 꿈꾸죠. 제가 시를 좋아하는데 시도 몇 개의 단어만으로 많은 걸 표현하지 않던가요?” 12월 14일까지. (02)549-3031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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