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강철대오’ 박철민, 가장 치열했던 사회와 멜로의 만남을 말하다(인터뷰)
“철가방과 여대생의 맑고 깨끗한 사랑이야기를 보시면서 활력소를 느끼길 바랄게요.”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감독 육상효, 이하 강철대오)는 잘 생긴 놈만 연애하는 세상, 철가방 대오의 눈물겨운 대학생 여친 만들기를 다룬 코믹 영화다. 이 작품은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을 배경으로 혼란스럽고 치열했던 그 시절을 다루고 있다.

최근 서울시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철민은 바쁜 스케줄에 피곤할 법도 하건만,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넉살로 이러한 기우들을 한 번에 날려줬다. 지난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강철대오’를 위해 부단히 움직였던 그는 현재 상영 중이지만 미진한 성적에 걱정이 앞선다.


“무대 인사도 다니고 방송 출연도 한 덕분에 배우 개개인은 화제가 된 것 같은데, 이게 영화로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첫날 스코어를 보고 ‘많은 대중들한테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죠. 하지만 배우들에게 ‘뜨겁게 최선을 다해서 안녕하자’고 이야기 했어요.”

코믹 장르에 박철민과 김인권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관객들은 ‘강철대오’에서 큰 웃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과거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을 비틀어 놨기 때문에 배경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웃기기로 작정했다면 신나게 웃겨 달라’ 그게 코미디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강철대오’는 정신없이 웃기는 영화는 아니어서 그 기대치를 채워주진 못했나 봐요. 당시 시대를 관통했던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을 준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영화의 배경이 된 그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박철민이 바라보는 ‘강철대오’는 어떤 작품일까.

“‘강철대오’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랑이야기죠. 가장 매력적인 사랑은 한 순간에 이성적인 감정의 폭풍이 일어나서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일부에서는 조건이나 환경을 따지기도 하죠. 이 작품은 여대생이랑 철가방이 만난다는 것도 신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멀고 힘든 것은 생각하지 않고 쫓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가장 치열했던 사회와 멜로가 만나서 섞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강철대오’는 철가방 대오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중심에서 다소 비켜있는 박철민에게 욕심도 적잖게 있었을 터. 촬영은 했지만 관객들이 만날 수 없는 아쉬웠던 장면이 분명히 존재했다.

“작품 속 대학생들처럼 중국집 배달원들이 피자 배달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프롤로그에 피자집 배달원이 거침없이 활개를 치고 다니니까 경계를 하는 중국집 배달원들의 모습과 에필로그에 미문화원 점거과 똑같이 피자집을 점거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러한 요소들이 영화를 좀 더 유쾌하고 경쾌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야외 장면들이 좀 더 많았으면...하기도 했고요.”

박철민이 ‘강철대오’에 품은 애정이 깊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는 손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강행하는 열연을 선보였다.

“사실은 촬영 막바지에 부상을 당한거라 어쩔 수 없었어요. 나중에 부상 투혼 등으로 이름을 붙여주셔서 쑥스러웠죠. 인권이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저에게 있어 그 부상은 30~40 바늘 꿰메야 하는 정도의 고통을 느꼈어요. 저는 그 때 처음으로 제 뼈를 봤거든요. 다들 지쳐있고 예민한 상태에서 합을 제대로 짠 것이 아닌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해요.”

이러한 박철민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애드리브’였다. 실제로 그는 육상효 감독이 혀를 내두를정도로 남다른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 있어 애드리브는 강박관념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제가 긴 단역 시절을 지내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살을 붙여 재미있고 풍성하게 만들까’라는 생각을 항상 했거든요. 애드리브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잖아요. 분명 어떤 장면에서는 애드리브가 없이도 쾌활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거든요. 이제부턴 내 캐릭터를 주장할 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내 캐릭터가 뭍어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작품 속에서 남을 웃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B급 정서’를 이끌어내기위한 고충도 남다르다.

“때론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잘하는 건지’하는 부정들이 생길 때도 있어요. 매력있으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런 모습이 왜 나에게는 없을까. 자연스러움 속에서 흘러가는 듯 한데..’라는 생각도 많이 하죠. 자신을 절제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전달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해 했죠. 스스로의 생각에 지칠 때면 운동도 하고 가볍게 맥주 2~3잔 정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겨내곤 하죠. 이내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까지 버는 직업을 가졌는데’라는 생각으로 떨쳐버리곤 하죠.”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때론 신나기도 했고, 걱정도 하며 배우 박철민은 그렇게 극복해왔다. 그런 박철민을 지탱해 준 것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오면서 받았던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확실한 신념이나 강인한 정신력 때문에 나에게 생기는 인생의 굴곡이나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그럼 너는 뭐 할건데? 그대로 있을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힘을 얻어요. 지금 이 순간 무대 위 카메라 앞에 있는데 불행할리가 없잖아요.”

박철민이 가진 플러스 기운은 주변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동반자’ 마인드를 가진 그는 동료나 선-후배에게 인기 만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에 따른 예의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외에는 먼저 태어나서 그 길을 먼저 걸었기 때문에 형이되고 선배가 되는 거니까 촬영장에서는 개인 대 개인, 같이 걷는 동반자라 생각해요. 어렵게 생각하는 자체가 싫으니까 편하게 대하려고 하죠. 그래서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 같아요.”

끝으로 그는 ‘강철대오’를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당부의 인사를 전했다.

“‘강철대오’를 통해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 한 명까지 이 작품이 주고자 하는 희로애락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철가방 대오와 황비홍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극장가로 관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