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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이승엽 ‘가을의 전설’ 이 되다
삼성 KS ‘V6’ 이끌며 MVP 수상
시즌초 삭발 감행하며 팀 독려도
국민타자, 복귀 첫해 존재감 과시



이승엽(36ㆍ삼성)은 이승엽이었다. 10년 만의 복귀,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 등 발목을 잡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승엽은 늘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경기는 절정에 달했고 그가 환호할 때 경기는 끝났다.

SK를 꺾고 삼성을 2012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승엽은 기자단 투표에서 71표 가운데 47표를 획득,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승엽은 1차전 결승 투런 홈런을 비롯해 6차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리는 등 한국시리즈에서 23타수8안타(타율0.348)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4차전에서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 “나 때문에 졌다”고 자책했지만 정상에 올라선 뒤엔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승엽의 존재감은 컸다.

이승엽은 6차전 4회 만루 기회에서 한국시리즈 정상을 결정짓는 3루타를 터뜨린 뒤 큼지막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좀체 기쁨을 드러내지 않던 이승엽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아시아 홈런왕을 거머쥔 2003년과 정규리그 MVP를 탔을 때보다도 더 행복하고 소중한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뒤 2002년 처음 삼성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한 이승엽은 2005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2009년 요미우리를 거쳐 10년 만에 네 번째 반지를 수집했다. 또 역대 정규시즌에서 5번(1997, 1999, 2001, 2002, 2003)의 MVP에 올랐지만 유독 한국시리즈 MVP와는 인연이 없었던 이승엽은 이로써 프로야구 무대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모두 맛보게 됐다.

이승엽은 올 시즌 삼성에 복귀하면서 목표를 우승으로 못 박았다. “내가 돌아왔는데 팀이 우승을 못했다는 얘기를 들어서야 되겠냐”는 말에선 결기가 느껴졌다. 일본에서의 부상과 지독한 슬럼프는 대한해협에 수장시킨 듯, 이승엽은 시즌 내내 펄펄 날았다. 시즌 타율 0.307에 홈런도 21개를 쏘아올리며 ‘국민타자’의 귀환을 알렸다. 20대 펄펄 날던 체력은 떨어졌고 배트 스피드도 느려졌지만 묵묵히 야구만을 해온 그에게 시간은 경험이란 더 큰 자산을 안겼다.

시즌 초 팀이 하위권을 맴돌땐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대선배의 투지에 삼성 선수들은 차츰 힘을 내기 시작했다. “후배들이 워낙 자기 역할을 잘해서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없었다”며 후배들을 치켜세웠지만 이승엽은 말이 필요 없는 모범답안 같은 선배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5차전에선 내야 수비의 악송구를 몸으로 막아내며 타선에서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삼성을 이끌었다. 이제 이승엽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이승엽의 다음 목표다. 이승엽이 국내 프로야구를 넘어 국제무대에서도 다시 한 번 주인공이 될 날이 기다려진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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