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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인생을 닮은 이승엽의 한국시리즈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마치 그의 인생을 닮았다. 화려한 출발. 모든 게 완벽해 보였고,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 그러나 곧 그는 다시 일어섰다. 팬들이 보내는 뜨거운 축하의 박수는 온전히 그의 것이다.

‘국민타자’ 이승엽(36·삼성 라이온즈)이 10년 만에 다시 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팀 우승과 MVP를 품에 안으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이승엽은 1일 막을 내린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와 6차전에서 4회 3타점 3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삼성은 4승2패를 기록, 한국시리즈 2연패와 통산 6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최우수선수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승엽에게 돌아갔다.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48(23타수8안타)에 영양가 높은 7타점을 올린 이승엽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표 71표 중 47표를 획득, 장원삼(10표)과 윤성환(8표)을 크게 따돌리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이승엽으로 시작해서 이승엽으로 끝난 시리즈였다. 또한 그가 걸어온 야구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 했다.

1995년 프로 데뷔한 이승엽은 타고난 타격감과 승부근성으로 일찌감치 삼성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프로 3년차인 1997년 시즌 30홈런을 넘어섰고 2년 뒤엔 54홈런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2003년엔 56홈런으로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한 뒤 위풍당당 일본으로 건너간 이승엽은 그러나 첫해 일본 투수들의 현미경 야구에 맥을 못췄다. 2005년 지바 롯데, 200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두 차례 일본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누리긴 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1·2군을 오가는 설움에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국내 복귀한 이승엽을 두고도 적지않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30대 중반을 넘어간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체력이나 실력에서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보란듯이 일어섰고 올시즌 126경기 출전해 타율 0.307, 홈런 21개, 85타점으로 팀의 정규리그 2연패에 디딤돌을 놓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됐다. 10월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 1회 첫 타석에서 선제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2002년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서 6-9로 패색이 짙던 9회 극적인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린 이후 10년 만에 ‘연타석 홈런’의 진기록을 세운 것.

하지만 이승엽은 4차전서 큰 실수를 했다. 0-0이던 4회 무사 1,2루 황금 찬스에서 최형우의 얕은 우익수 뜬공을 안타로 착각하고 2루에서 3루로 뛰었다가 귀루하지 못하고 아웃됐다. 이승엽의 본헤드 플레이로 맥이 끊긴 삼성은 4회말 3점을 주고 결국 1-4로 패했다.

시리즈 2승2패로 벼랑에 몰린 이승엽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특유의 승부근성과 무서운 집중력이 되살아났다. 5차전서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와 적극적은 주루플레이로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3회 1사 1루에서 최형우의 안타 때 SK 우익수 임훈의 실책을 틈 타 3루까지 재빨리 질주한 뒤 박한이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았다. 4회에는 유격수 김상수의 1루 악송구를 쓰러지며 몸으로 걷어내 실점을 막는 등 호수비와 적극적인 주루로 4차전 악몽을 깨끗이 씻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그리고 마지막 6차전. 이승엽은 3-0으로 앞선 4회 만루에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큼지막한 3루타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3루에서 김재걸 코치와 함께 얼싸안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은 평소 이승엽이 아니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올시즌 내게 100점을 주고 싶다. 이번 시즌이야말로 홈런 신기록 세웠던 해, MVP를 탔던 그 어느 해보다 더 소중한 한해였다. 8년간 일본에 있다가 돌아와서 첫해 부상없이 팀도 우승했으니 역대 어느 시즌보다도 올시즌 행복했다”는 소감으로 가슴 벅찬 한해를 마감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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