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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진단 “위기의 상시화, 단기성장률 프레임 벗어나자…재정투입 실기하면 안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L자형’, ‘U자형’, ‘나이키형’ 등 한국경제의 흐름을 전망하는 유형은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저(低)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역할론에 대해선 입장차를 보였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탄력적으로 재정확장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세계 전체가 위기상황인 상황을 감안, 추가 위기 대비를 위해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수출 삐걱…저성장 국면 돌입”=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31일 “그동안에는 경기 전망을 전통적인 ‘U자’나 밑부분이 벌어진 U자로 봤는데 아무래도 현재로선 경기회복 동력이 부족하고 재정이나 가계부채 등이 소비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적어도 내년 3월까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거 외에 내년까지 큰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만일 회복이 되더라도 하반기 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2014년이 내년보다 개선되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경제학)는 “중국으로 나가는 소재, 부품 분야가 흔들리다 보니까 수출이 버텨주질 못하고 있고, 내수기반도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4% 내외로 했는데 너무 장밋빛으로 그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제외하곤 내년 전망이 3.5% 내외인데 금년보다는 좋아지는 ‘나이키형’ 곡선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저성장 국면이라고 표현할 때는 이미 국면을 지나 다시 (경기흐름이) 올라갈 것을 내포하고 있고, 침체가 장기화된다는 얘기는 비지니스 사이클이 길어지는 대신 올라올 땐 많이 올라온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성장률 프레임 벗자”=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및 미국ㆍ중국의 경기부진으로 세계경제가 동반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을 감안, 우리나라도 단기적인 시각을 벗어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시야를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수출인데 이의 변수인 세계경제 전반이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경제도 예외일 수 없고 충격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조금 참고 견디기보다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취약한 부분부터 차근히 개선하고 좀더 중장기적으로 위기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상시화’, ‘위기의 일상화’라는 구호를 좀 더 친근하게 가지고 가면서 잠재성장률을 제고시켜 나가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대희 부연구위원도 “지금은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백웅기 교수는 “우리가 너무 단기 성장률에 연연하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역할론 “탄력대응” vs. “현기조 유지”=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재정투입의 실기(失期)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희정 실장은 “고용시장에서도 3개월 쉰 사람과 완전히 쉰 사람 사이에 추가비용 차이가 확연하듯이 정부가 잠재성장률 범위에서 벗어나 버리면 유효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효과를 거둘 수 없을 수 있다”며 “경제활력을 복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웅기 교수는 “현재 정부가 정권이 교체되는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해 균형재정 수치를 느슨하게 하지 못하는 사정도 있다”며 “내년에 누가 집권하든지 재정확장이 불가피해 보이고, 결국 하반기에도 경기가 안풀리면 추경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정부가 현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신창목 연구원은 “지금 상황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대대적인 부양이 필요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그보단 좀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 상황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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